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쌀 시장 개방(쌀 관세화)을 미루는 조건으로 해마다 일정 물량의 외국산 쌀을 할당받아 5%라는 낮은 관세로 의무 수입해 왔습니다. 올 들어 6차례에 걸친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구매입찰을 통해 수입된 29만2664톤 중 가공용 쌀은 26만7664톤, 밥쌀용 쌀은 2만5000톤입니다.
외국산 쌀 수입과 관련해 농민단체 등 농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게 바로 밥쌀용 쌀입니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그래서 우리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쟁품목이기 때문에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농식품부는 본격적인 쌀 수확기인 9월 이후부터 TRQ 수입쌀에 대한 구매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미뤄왔습니다. 수요감소로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 낮은 가격의 수입산 밥쌀용 쌀을 들여올 수는 없었던 것이죠.
올해 마지막 구매입찰을 통해 들여오기로 한 밥쌀용 쌀 수입량도 2만5000톤입니다. 올해 수입키로 한 밥쌀용 쌀 물량의 절반을 농업계 눈치를 보며 미루다가 결과적으로는 산지 쌀값이 오르는 시기에 맞춰 한꺼번에 털어낸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농식품부가 TRQ 잔여분에 대한 구매입찰을 결정한 시점이 국내 산지쌀값이 모처럼 반등한 시기와 겹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당 12만8852원으로 10일전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매년 신곡 가격이 발표되는 10월 5일을 제외하면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오른 것이라고 합니다.
농식품부 측은 우연의 일치일 뿐 TRQ 물량 수입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만큼 꼭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최대한 재고를 끌어안고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풀 방침이라고 합니다.
한 민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지 쌀값의 소폭 반등에도 불구하고 10~12월 평균가격이 정부 지정가보다 낮아 그간 지원받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의 일부 반환(조곡 40㎏당 약 800원)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연말에 단행된 TRQ 잔여분 수입 결정이 농민을 두 번 울게 만든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