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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시우(時雨) 김영재 작가 “끝을 모르는 게 인생, 늘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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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7. 06.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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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계 잇단 러브콜…바다·장터 사진에 이어 설치작업까지 펼쳐
김영재 작가
시우(時雨) 김영재 작가./사진=이상희 기자 vvshvv@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성난 파도가 집어삼킬 듯 몸부림치는 바다, 눈이 소복이 쌓인 해안가, 안개에 휩싸인 새벽녘의 바다….

올해로 40년째 사진을 찍어 온 시우(時雨) 김영재 작가(70)는 이처럼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에게 있어 바다는 ‘무욕(無欲)의 안식처’였다. 토털인테리어 건축자재 생산기업 세한프레시젼 회장이기도 한 그는 사업의 고비마다 바다를 벗 삼아 마음을 달랬다.

“파도소리는 과거의 고통과 온갖 번뇌를 사라지게 한다”는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바다로 달려갔다. 해방의 만세소리 같기도, 한없이 평화로운 자장가 소리 같기도 한 파도소리는 그를 번뇌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바다 사진은 실제 성난 파도가 몰아치는 풍경일지라도 한없이 평온하고 고요하다. 오롯한 정신세계를 담은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에는 노장의 오랜 내공이 스며들어 있다.

시적이면서도 동양적 절제미가 느껴지는 그의 사진에 유럽 미술계가 러브콜을 보냈다.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그의 작품 ‘오후의 휴식’(The rest of the afternoon, 140x270cm)이 초대 받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전시 중이다.

또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아트페어(21~25일)에도 ‘오후의 휴식’을 포함한 그의 작품 4점이 소개된다. 올가을에는 프랑스 파리 아트쇼핑(10월 20~22일)에서도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근 프랑스 최고 권위의 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으로 선정됐다. 세계적 소설가이자 프랑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를 기념하고자 프랑스 정부에서 만든 단체인 국제앙드레말로협회는 파리에 본부를 두고 세계 80여 개국에 지부를 결성,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고 있다.


The rest of the afternoon140x270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받은 김영재 작가의 ‘오후의 휴식’(The rest of the afternoon, 140x270cm).
그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아트쇼핑에 ‘군함도’를 출품, 세계인들로 하여금 가려진 역사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하기도 했다.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 근처에 위치한 섬 군함도는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당한 곳이다. 조선인들이 하루 12시간 채굴 작업에 동원되며 ‘지옥섬’ 또는 ‘감옥섬’으로 불린 곳이지만 정작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쟁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작가는 “군함도를 찍어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공개하고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베트남전에서 겪은 불안감, 고통을 떠올리니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군함도에 갔더니 배도 정착 못 하게 해서 더 화가 나더군요. 배를 타고 군함도를 돌며 촬영했는데, 군함도를 작품 상단에 배치하고 검은 빛깔의 바다를 밑에 둬 멀고 깊은 바다, 괴물 같은 군함도에 우리 조상들이 많이 희생당했다는 의미를 담았죠.”

바다 못지않게 그의 작품세계에서 오랜 주제가 되어 온 것은 ‘장터’다. 19년째 장터 사진을 찍어온 그는 10월 18~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장터포토 정기전에도 참여한다.

“사라져가는 우리 재래시장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한다”는 그의 장터 사진은 그가 카메라를 놓는 순간까지 그와 함께 할 계획이다.

“연세 드신 분들의 맑은 미소, 막걸리 한 잔에 웃으며 얘기 나누는 동네 사람들…. 장터에서는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풍경들이 있어 너무 좋아요. 물건들도 포장은 안 돼 있지만 더욱 싱싱하고 값도 쌉니다.”

그는 1년 전부터 설치작업도 하고 있다. 작품 제목은 ‘끝’. “인생은 끝을 향해 달려가지만 막상 끝은 없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은 끝을 알게 되면 자신감도, 희망도 잃게 됩니다. 끝을 모르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지요. 저 역시 그 ‘끝’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또 지금도 ‘나’에 관해 잘 모르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지금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군함도
김영재 작가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아트쇼핑에 출품한 ‘군함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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