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명의 요지는 농협판매장에서 수입농산물 판매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내 농산물 경쟁력을 높여야 할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판매 중단 및 재발방지 확약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매 중인 수입농산물을 싣고와 대통령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협 회장에게 반납하는 투쟁을 펼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으름장에 농협 측은 이렇다 할 반응도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간 농협 측이 수 차례 밝혀온 대로 하나로마트 등 농협판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앙회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는 지역 단위농협이 운영하는 판매장에까지 범위를 넓히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협 측에 따르면 비록 수는 적지만 일부 지역 단위농협 판매장에서는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중앙회가 지속적으로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요구하며 지도에 나서고 있음에도 이들 단위농협이 수입농산물 판매를 접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이를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느덧 농어촌 사회의 주류로 떠오른 다문화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는 고향(고국)의 입맛을 바나나 등을 통해 달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 지역은 4가구당 1가구가 다문화 가정이고, 오는 2020년에는 그 수가 100만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결국 중앙회와는 별도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단위농협으로선 꾸준한 수요가 있는 수입농산물 판매를 중단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오래 전에 유행했던 단어지만 ‘농협’ 하면 지금도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루라이라운드 협상으로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 우려감이 확산되던 1990년대 초반 당시 농협중앙회가 던졌던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의미의 메시지가 워낙 강렬해 널리 회자됐던 덕분이다.
다문화 가정 증가로 대변되는 현실과 ‘신토불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농협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