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전쟁 불사를 공언하고 극한 대결로 치닫고는 있으나 모두 대화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중재에 나서는 이른바 중국 옵션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가속으로 촉발된 북미 간 긴장 국면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틸러슨
0
렉스 틸러슨미 국무장관이 9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지고 있다.그는 이 면담 직후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제공=신화(新華)통신.
베이징 소식통의 1일 전언에 따르면 이런 단정은 베이징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회견 및 면담을 가진 다음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2∼3개의 북미 간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만 봐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나 싶다. 한마디로 그동안 북미 양국이 무턱대고 치킨게임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사이에 둔 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굳이 중국에 와서 작심한 채 관련 사실을 밝힌 것만 봐도 상당히 수긍이 가는 분석이라고 해야 한다.
이로 보면 이제 공은 북한과 중국에 넘어갔다고 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대화 채널이 가동돼 진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려면 북한도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중국 역시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자임하면서 북한의 자제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 자체는 낙관을 불허한다. 우선 북한의 경우 오는 10일의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시험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변수가 될 것 같다. 만약 틸러슨 장관의 대화 제의의 전 단계 시그널을 무시한 채 도발에 나선다면 모든 것이 다시 원위치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오는 18일부터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여는 것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국력을 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돌아볼 여력이 크게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발언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상당 부분 톤다운된 것은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면서 대화의 대북 메시지를 더욱 확실하게 밝힐 경우 상황의 완전한 반전도 가능하다. 틸러슨 장관이 이례적 발언을 한 게 사실은 상당히 의도적인 것이라는 분석은 이런 현실을 상기할 경우 크게 무리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