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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사실상 탈원전 선언… 정체성 확보 숙제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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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8. 0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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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두려워 말라" 에너지패러다임 변화 강조
일각선 원전사업자 정체성 저버렸다 지적도
붙임1 제9대 정재훈사장 취임식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5일 경주 본사에서 토크콘서트 형식의 취임식을 진행 하고 있다./ 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부터 챙기고 나섰다. ‘탈(脫)원전’을 내세우는 정부 정책과 기존 원전 중심 조직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사로서의 정체성을 저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한수원에 따르면 최근 취임식에서 정 사장은 “변화를 두려워 말라”며 세계적인 에너지종합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축소되는 국내 원전산업만 바라보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수출, 원전 해체시장 개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게 골자다.

취임식에서 정 사장은 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세개의 굴을 미리 판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을 인용하며 “급변하는 환경 가운데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토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전 24기를 18기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구상에 따르면 약 60년에 걸쳐 국내 원전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한수원 정규직 신규채용은 2015년 1369명에서 2016년 820명, 지난해 602명으로 급감하고 있고, 올해도 탈원전 여파에 따라 4년 연속 감소세가 점쳐진다.

정 사장이 들고 나온 새로운 전략은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원전 수출, 원전 해체역량 확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육성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핵심이다.

현재 발전5개사는 물론이고,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사업법’까지 뜯어 고치며 신재생 발전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정부로선 많은 자금이 요구되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한전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는 실정이라 한수원의 경우 명확한 역할과 정체성 확보를 위해 경쟁적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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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2030년까지 총 10조원을 쏟아부어 태양광·풍력 중심 신규 신재생설비 7.6GW를 확보한다는 장기계획을 내놓고 전력투구 중이다. 원전 수출 역시 체코 등으로부터 우수한 원전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수출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시운전·교육훈련·운영지원·사업관리시스템 구축 등 운영지원도 한수원의 몫이다. 원전 해체산업의 경우 아직 개화하지 않았지만, 2030년경 전세계 시장 규모가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이다.

노조는 정 사장의 취임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사업 다각화 측면에선 수긍한다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기본 기조는 여전히 국내 원전산업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회사의 에너지 다변화에 반대하고 있진 않다. 현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 저지만 외치고 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 사장의 전향적인 탈원전 드라이브와 신재생 가속화 발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정 사장의 취임사는 단순히 사업다각화로 해석하긴 어렵다”며 “60년, 끝을 정해놓고 가는 취임사를 통해 원자력발전사로서의 한수원 정체성은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한수원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회사, 원전을 부채처럼 떠안고 있는 회사처럼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 사장은 처·실장급 고위직 간부 11명을 교체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일각에선 탈원전에 반대한 인사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사장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서울 용문고 6년 선배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서 산업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이고 1983년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대변인, 무역정책관, 산업경제정책관, 기획조정실장, 에너지자원실장, 산업경제실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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