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반도체 공장 공개 여부를 판단할 반도체 전문위원회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밝히지 않아 제대로된 의견 수렴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구체적인 신상정보는 밝히지 않더라도 참여 의원들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 제공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부에 따르면 3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신청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국가핵심기술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반도체 전문위원회 회의 일정을 아직 잡고 있지 못할 정도로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산업부 내부에선 반도체 공정 노하우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된다는 기류가 대세이지만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당직자는 “정부당국(고용노동부)간 의견차이가 외부로 표출될 경우 국민여론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다”며 “민감한 부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난감한 상황은 전문위원회 구성원 공개는 물론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산업부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국가 산업기술 보호에 관한 행정부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번 삼성전자 보고서는 총 12개로 나뉜 전문위원회 내 반도체 분과에서 다룰 예정으로, 대학교수와 연구소 연구원 등 반도체 민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산업부는 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견지하면서도, 이후 방향이나 지침에 대해선 일체 함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고서 공개여부는 전문위원회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인지 여부를 가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가 핵심기술로서 보호돼야 할 경제·산업적 가치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알 권리 가치를 고용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보고서가 핵심기술로 판정될 경우 산업부 본분인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조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인 OLED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염려해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투자 승인을 5개월 이상 연기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비중에 20%에 육박하는 핵심산업으로, 정부는 이 기술에 대한 중국 유출을 지극히 경계해 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최대 효자이자,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지금 반도체 굴기로, 엄청난 투자와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제작 설계도나 다름 없는 내용을 공개한다는 건 관련 기술을 갖다 바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 연구위원은 또 “엔지니어들은 도면만 봐도 그 기술을 흉내낼 수 있다”며 “어렵게 얻은 기술을 그대로 내준다는 건 국익차원에서 절대 반대”라고 강조했다. 주 연구위원은 “중국과 한국의 기술력 격차가 기존 5년 정도라고 본다면 중국은 2~3년은 더 앞당길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도 “반도체 공정은 라인의 길이와 넓이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대외비인데, 지금 고용부는 전체 라인을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칫 국가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