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황이 변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0일 그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의 문제가 정치권의 진퇴공방을 넘어 검찰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범죄가 아닌지 여부가 가려지게 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과거 유사한 일로 국회의원 3명이 동시 구속된 적이 있다면서 그의 출장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1991년 2월 13대 국회 상공위 소속 이재근·이돈만 평민당 의원과 박진구 민자당 의원 등 3명이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들은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9박 10일간의 북미여행을 제의받고 협회의 돈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과 김 원장의 사례에서 유사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사실은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런 사태의 전개는 ‘삼성증권 사태’로 금융시스템을 서둘러 점검해야 할 금감원으로서도 또 출범 초 인사실패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로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보통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의원들끼리 감싸기 때문에 언론의 질타를 받지만 이번 김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뿐만 아니라 흔히 범여권에 속한 것으로 평가받는 평화민주당과 정의당조차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김 금감원장의 문제됐던 행동이 단순히 관례였다면서 슬쩍 넘어가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결코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김 금감원장이 진퇴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할 때다. 청와대로서는 그를 금감원장에 임명했고 또 그의 외유성 출장에 대해 실패한 로비라고 감싼 마당이다. 이제 와서 그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인터넷 상에는 이미 온갖 조롱조의 말들이 돌아다닐 정도로 민심은 그를 떠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감원장을 잘 해내기도 무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