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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호품 받으려다 한달간 살해된 가자주민 80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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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7. 12. 09:02

유엔기구 추산…구호기관 "이스라엘군이 발포, 배급소엔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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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F 배급소에서 구호품 받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AFP 연합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이 재개된 지 한 달여 만에, 배급소 인근에서 8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의 통제 아래 운영되는 제한적 구호체계가 현지 주민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민간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인근에서 615명, 구호품 호송 경로에서 183명이 숨져 총 78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식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거나 배급소로 향하던 주민들이었다. GHF는 이스라엘군의 승인 아래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배급 단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할 우려가 있다며 기존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등 국제기구를 배제하고 GHF에 구호품 배급 창구를 단일화했다.

그러나 구호품을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배급소 접근도 어려운 데다 현장에서는 거의 매일 총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OHCHR의 사망자 집계에 대해 GHF는 반박에 나섰다. GHF 대변인은 "해당 수치는 사실과 다르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GHF가 운영하는 배급소 인근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호송대를 겨냥한 공격이 주요 원인"이라며 사망자 발생의 책임은 유엔과 이스라엘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도 계속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WAFA)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최소 15명이 숨졌고, 남부 라파에서는 군중을 향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 인근에 포탄이 떨어지고 외곽 지역에서 총격이 발생하면서 다수의 총상 환자들이 이송됐다고 전했다. 소아과 과장 아메드 알파라는 "병원은 과밀 상태에 의약품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48시간 안에 연료가 바닥나고, 전력 부족으로 에어컨 가동도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 문제도 심각하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가자지구에서 급성 영양실조가 전례 없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호품 부족과 의료 붕괴, 반복되는 폭력 속에 현지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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