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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미-중 갈등과 반도체 보고서…발목 잡는 건 내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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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18. 04.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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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안소연 경제산업부 기자
“중국 공장 내 TV 생산량 감축 계획은 없습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문장 한종희 사장은 17일 진행된 올해 신형 TV 공개행사에서 미·중 ‘관세전쟁’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외부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신중함이 느껴졌다. 물론 아직 최종 관세품목 등이 정해지지 않아 섣불리 생산량을 조절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같은 날 늦은 오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보고서 일부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고용노동부가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등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정보공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산업부에는 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가려줄 것을 요청했고, 법원에는 행정소송을 냈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재계에서는 보고서가 결국 공개된다면 경영 전략 등이 경쟁사에 고스란히 노출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흘렀다.

시간차를 두고 나온 한 사장의 발언과 정부의 판단은 아이러니하게 보였다. 기업에게 ‘진짜 리스크’는 해외(미·중)가 아닌 국내에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핵심기술이 없었다’는 판정이 나왔다면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되는 데 힘을 실었을 것이다. 이는 곧 중국에 영업기밀이 노출될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재계, 특히 수출입업계에서는 정부의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도 보호무역주의를 취하고 있는 시대에 정작 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됐다.

미중 무역 갈등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졌다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말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우리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기업의 잘못된 행태가 있다면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할 역할도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기업이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거나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 편’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관계는 있어야 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 국민들의 여론을 기대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정경유착’이 아닌 다른 의미의 관계를 쌓아야 할 때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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