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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이성근 화백 “그림은 내 존재의 소산...자연스럽고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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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8. 09. 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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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 대표주자,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 펼쳐와
이성근 화백 인터뷰8
이성근 화백은 “그림은 내 존재의 소산이기 때문에 내 존재가 아름다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이성근 화백은 ‘자유’ 그 자체다. 그의 작품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 속에서 탄생한다. 틀을 깨는 것, 그것은 그가 항상 추구하는 바다. 작업에도 정해진 규칙이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흥에 따라 붓을 움직인다.

◇이당 김은호 선생 사사...“미술가가 되고 싶었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주자’ ‘한국의 잭슨 폴록’ 등으로 불리는 이 화백.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 UN본부와 국방부(펜타곤), 영국 버킹검궁 등에 소장돼 있다. 그는 해외 10개국에서 50여 회에 달하는 개인전 및 초대전이 열리는 등 해외에서도 열렬한 러브콜을 받는 화가다.

그는 15세에 이당(以堂) 김은호 선생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근대미술의 아버지’ ‘채색화의 대가’로 불리는 이당은 한국 풍속화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당대 최고의 화가다. 이당은 20대에 궁정화가가 돼 순종 초상화를 비롯해 많은 걸작을 남겼다. 만원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운보 김기창을 비롯해 현초 이유태, 월전 장우성, 일랑 이조성 등이 모두 이당의 제자들이다.

이 화백은 이당과의 일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 매형이 제가 그림 그리는 게 예사롭지 않다고 여겨, 선생님(이당)께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제가 그림을 그려도 선생님이 늘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으시는 겁니다. 잘했다는 말도, 못했다는 말도 없었죠. 그래서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 우연히 선생님이 어떤 분과 얘기하는 소리를 문밖에서 엿듣고 말았어요. ‘어린놈이 그림을 곧잘 그리는데 두고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자신감을 얻어 열심히 그림을 그리게 됐죠.”


이성근 도약
이성근 화백의 ‘도약’.
그는 한때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아니 벌써 화가인데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화가다운 화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어 몇 년 뒤에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화가는 저의 예술세계를 손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나 예술가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지요. 저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본능적으로 제가 하는 퍼포먼스도 제 존재를 던지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이로부터 수 년 후 그는 “미술가가 되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뜻이다.

“궁극적인 미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고 제 그림도 인위적인 게 아니라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잘’ 그리려고 했는데 그 자체가 저를 구속하더라고요. 그 생각이 저를 부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붓을 매일 들지 않으면 제가 도태되나 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림은 내 존재의 소산이기 때문에 내 존재가 아름다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성근 환희
이성근 화백의 ‘환희’.
◇고매하고 짜릿한 울림 전해...해외서 더욱 유명

이 화백의 작품에서는 독특한 개성과 풍부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동물이나 인물의 내면에서 보이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마치 화가가 개별적으로 생명력을 부여한 것처럼 구체화되고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세계적인 미술평론가인 그레엄 설리번 뉴욕컬럼비아대학 미술대학장은 이 화백의 작품에 관해 “통속적이거나 낡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의 고매하고 짜릿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며 “마치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다”고 극찬했다.

전규태 미술평론가(전 연세대 문과대학장)는 “이 화백의 화폭에는 참 예술을 향하여 응결되는 무섭도록 불타는 열정과 거기에 예민한 감성이 해맑은 영성(靈星)으로 끝없이 피어오르는 서정이 호젓이 담겨져 있다”며 “그의 예술세계는 자유롭고 독창적이다”고 언급했다.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동양회화에서 시작했지만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고 서구적이며 현대적이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기쁨, 편안함을 가지고 있으며 강렬한 붓터치는 강인한 생명력을 전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유명세는 해외에서 더욱 빛이 난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선물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원했을 때, 그의 작품 ‘군마’가 보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그의 그림을 보고 진심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펜타곤에는 한국의 전후 모습을 한 화폭에 담은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전쟁 피난 행렬, 폐허가 된 건물 잔해 밑에 있는 전쟁고아의 모습과 남산타워·63빌딩·무역센터 등 현재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빌딩들과 올림픽 성화 봉송,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등이 대조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50여 회나 개인전·초대전이 열렸지만 그는 정작 ‘대가’라는 말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는 오로지 자유인, 자연인으로 남길 원한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심지어 제목을 붙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화가가 그림에 대해 설명하면 그 설명에 그림이 묶이는 것 같습니다. 제목을 붙이면 그 제목에 그림이 한정되는 것 같고요. 그림에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나 생각이 각기 다르니, 보는 이에게도 자유를 부여해야겠지요.”


이성근 화백 인터뷰11
이성근 화백./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흥에 따라 움직이는 붓...내달 베트남서 전시

그의 작품은 즉흥적으로 그려진 것이 많다. 그의 흥에 따라 붓이 움직인다.

“오랜 고심 끝에 표현되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흥에 의한 표현이 많죠. 순간의 표현이기 때문에 힘이 부여됩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즉흥적인 퍼포먼스와도 연결된다. 전시회를 열 때마다 그의 퍼포먼스는 화제가 됐다. 기행에 가까운 파격적인 행위예술은 국내외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작년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식에서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아~ 하!” 기합과 함께 캔버스에 뿌려진 거친 선은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빗자루만한 붓으로 순식간에 그려진 세 마리의 말은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무주에서 열린 180개국이 참여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도 그의 퍼포먼스는 빛을 발했다. 암전된 가운데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캔버스에 조명이 비춰졌다. 이 화백이 대형붓으로 그린 태권도 동작들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생명력으로 꿈틀댔다.

이 화백은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전시를 연다. 그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는 자리다.

그의 작품은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 변 금남리에 있는 이성근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성근 질주
이성근 화백의 ‘질주’.
◇이성근 화백은...

△서울 출생 △제6회 이당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건국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오스트리아 빈 로이쉬 갤러리, 프랑스 파리 베가 마테 갤러리 및 파리 문화센터 등 유수 해외 갤러리 초대 개인전 △대한민국 청와대, 미국 뉴욕 UN본부, 영국 왕실, 미국 펜타곤, 필리핀 말라까냥 대통령 궁, 프랑스 파리 에르메스, 공동경비구역(JSA) 귀빈실 등 국내외 16여 곳에 작품 소장.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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