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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국민연금 오너리스크 첫 견제 사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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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9. 03. 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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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기업 100여곳 의결권 행사…내년 국민연금 영향력 강화 전망
경영성패 떠나 총수 행동도 의결권 대상…재계 긴장감 높아져
정부 영향력 받는 국민연금 구조 개선 필요…과도한 정부간섭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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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못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민연금의 첫 희생양이 됐다.

국민연금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 회장 일가의 일탈적 행동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을 들어 정기 주주총회 이전부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권행사를 예고해 왔던 터라 이번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 박탈을 계기로 그동안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주장하던 재계에 경고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향후 의결권 행사 강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 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였다.

이날 표결 결과는 주총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조 회장 일가의 일탈 행동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으로 큰 상황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 한목소리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표의 향방을 정할 칼자루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마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은 전일 오후 수탁자책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재계는 이날 주총 결과와 관련해 일단 긴장하는 분위기다. 내년 있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더 강력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특히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총수 일가와 관련된 안건을 반대해 부결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SK·LG전자 등 293곳에 달해 앞으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하는 입장에서 국민연금이 무서운 존재가 돼 버렸다”며 “앞으로 총수들은 경영능력뿐 아니라 행동에도 더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다른 기업들은 사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날 SK㈜ 주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지만 결과는 (재선임)원안 통과였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문제에 대한 지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캘퍼스(CalPERS), 일본 GPIF), 캐나다 CPPIB 등 주요국 의사결정기구는 독립성이 보장돼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위원 20명 중 5명은 현직 장·차관이라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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