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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조기 수확을 위한 충분한 수준의 합의안인 ‘굿 이너프 딜’을 단번에 받아들이긴 쉽지 않지만 최소한 문 대통령의 비핵화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한·미 동맹을 재확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9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 최고의 목적은 북·미 협상동력을 살리는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합친 우리의 중재안은 북한의 입장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는다면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교수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독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미국 내 강경파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협상 동력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가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김 교수는 “한·미 동맹 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북한이 한국을 믿지 못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얘기를 많이 하면 미국에선 북한편을 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북·미 협상동력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비핵화 눈높이를 낮춰달라고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북한을 설득하라고 할 가능성이 있어 동상이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교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리하게 미국 입장에 맞지 않는 남북경협 재개를 언급한다면 미국은 우리를 대화가 통하지 않는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무엇보다 북한 문제와 한·미 동맹”이라며 “미국은 한국정부의 접근에 지지 의사를 보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설득하길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센터장은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메시지를 내려고 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통상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한 지지를 받는 대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관련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두 정상이 역지사지 정신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한국 입장을 수용하고 한국은 글로벌 문제에 대한 미국 입장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요구하려면 미국이 북한에게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체제보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역사적 경험으로 봐서 압박 제재 만으로 북한을 대화로는 이끌 수 있어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