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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대표이사도 모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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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9. 04.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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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나는 처음 듣는 소리다. 대표이사도 모르는 사업추진이 있겠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A기업 대표이사의 전언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지중지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지난 15일 금호아시아그룹은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데 전격 합의했습니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 약 6869만주를 전량이 그 대상이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상자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SK그룹을 비롯해 한화·CJ·신세계 등 항공업종과 크게 연관이 없는 굴지의 대기업부터 이미 항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애경까지 거론됐습니다. 특히 한화그룹의 경우 현재 방산분야에서 항공기 엔진 등을 제작하고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사업을 추진했다 접었던 점을 들어 다양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친족까지 거론되며 마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것 마냥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내부적으로 검토하면서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대답을 100% 신뢰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생각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박삼구 회장과 형제의 난을 겪고 계열 분리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조차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11.9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보니 박찬구 회장이 간접적으로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공동)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왔지만 이에 대한 금호석화의 답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였습니다. 자금력 있는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었죠.

금호아시아나 사옥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EV)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3조8000억원 수준입니다. 부채 등 자산평가가 이뤄질 경우 매각가는 1조원 초중반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물론 이것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바람인 듯 합니다. 시장에서는 33.47%의 지분에 대한 현재 주식가치는 아무리 많아야 4000억~5000억원대라는 점을 들어 매각가가 이 수준에서 정해지는 것이 맞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차입금 등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가는 기업은 이보다 더 큰 자금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직 매각 주관사 등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벨류에이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매각가를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입니다. 다만 전날 이동걸 산은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진행한 언론 간담회에서 나온 말을 뜯어보면 인수자가 1조원 수준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판단이 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시장에서 원하는 인수가와 산은 등 채권단이 원하는 매각가에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는 것이죠.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정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각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우선 부채부담이 크고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항공사를 선뜻 인수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경기악화로 현상유지하기도 바쁜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현재의 상황은 암울합니다.

특히 법인세율 상향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다양한 규제들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죽지 않기 위해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몸집을 줄이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 상황에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입니다.

인수후보자가 정해지더라도 매각가 조율이 원활치 않을 경우도 고려해야 합니다. 1999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산은의 자회사가 된 대우조선해양이 좋은 예입니다. 1999년 당시 산은은 대우조선에 1조1700억원을 투입했고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후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을 진행했던 2008년 한화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문제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올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기까지는 20년이 걸렸습니다. 이 시기 산은이 대우조선에 쏟아 부은 자금은 13조원에 달합니다.

에어부산에어서울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 12월에 졸업했습니다. 2016년 2월 채권단은 지분매각을 결정하고 공고를 냈습니다. 당시는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던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국내 기업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행보를 신경 쓰며 인수 의지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었고, 결국 지난해 4월 약 6400억원을 들여 품에 안았습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3년여만이었습니다. 동부제철 매각 또한 산은의 판단 미스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은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누가 인수자로 나설지, 적정 가격은 어떻게 도출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IDT·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사를 일괄매각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개별 매각도 가능하다는 조건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자로 거론되는 대기업들도 내부적으로 인수 후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고 주판알을 굴리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앞서 말한 여러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대기업 이외에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PEF)들 역시 순수 국내자본만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한 이런 저런 관측과 추측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항공안전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매각이 마무리돼 새 주인 아래서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다만 지금 분위기만 보면 내년 이맘때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누구일까?’ 라는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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