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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홍콩과 대만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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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19. 05. 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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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민자들은 홍콩인, 홍콩 이민자들은 대만인 밀어내
최근 본토 중국인들의 홍콩 대거 이주로 중화판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본토 중국인들이 홍콩에 몰려가면 이를 견디지 못한 홍콩인들이 인근 대만으로 옮겨가는 연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홍콩과 대만의 토착 주민들은 과거 겪어보지 못한 불편을 겪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른바 양안삼지(兩岸三地·중국과 홍콩 및 대만) 주민들의 생활은 당분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지어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경우 홍콩과 대만 주민들의 대량 엑소더스까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안삼지의 중국인들은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상호 빈번한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7월 1일 중국이 홍콩의 주권을 영국으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상황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의 2일 보도에 따르면 무엇보다 본토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거의 매년 5만여명의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이주를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현지의 홍콩인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 주권이 중국으로 이양된 이후 홍콩인들의 평화로운 생활은 심하게 흔들렸다.

콩홍
본토 중국인들의 홍콩 이민 때문에 열악해진 의료 환경을 성토하는 홍콩 시민들. 본토 중국인들의 이민을 규제하자는 슬로건도 보인다./제공=싱다오르바오
학교와 병원 등에 본토 중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양질의 교육·의료 혜택이 본토 중국인들에게도 돌아가자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사정이 악화된 것. 이같은 사실은 수술 등이 필요한 중증 질환을 가진 홍콩인들의 병원 이용에 걸리는 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정형외과의 경우 181주, 안과가 158주나 걸리는 게 현실이다. 정신과 131주, 내과 121주라면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어 보인다.

홍콩인들은 당연히 이런 현실에 분노했다. 이 분노는 결국 대량 해외 이민으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인접한 대만 이민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4100여명이 이주를 결행했다는 게 홍콩 언론의 전언이다.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더욱 많은 홍콩인들의 이주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이주가 대만인들에게도 썩 반갑지만은 않다는 사실. 이들이 대부분 내로라하는 젊은 고급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일부 대만인들이 홍콩인들에게 밀려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미노처럼 제2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대만은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들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이 상황에서 홍콩의 고급인력들이 몰려드니 대만 청년들로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탈(脫) 대만을 단행하고 있는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베트남과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대만 출신 렁유청(冷有成) 씨는 “나는 친척들이 홍콩과 대만에 다 있다. 이 가운데 홍콩에 사는 조카 한 명이 대만 이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본토 중국 사람들에게 밀려간다고 했다. 진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대만의 먼 친척 동생 한 명이 홍콩에서 밀려오는 이들을 피해 베트남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과는 차원이 달랐다”면서 중화권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실을 토로했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상황이 썩 좋지 않다고 해야 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나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스모그는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들로서는 비교적 가깝고 살기 좋은 홍콩 이주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상당수가 결행에 옮기고도 있다. 이 경우 홍콩인들과 대만인들 역시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안삼지 중화권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가 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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