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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 민항기 격추에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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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1. 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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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크라이나 여객기 미사일 격추 인정 "적 쿠루즈미사일로 오인"
사령관 "항공사 아무 잘못 없고, 모든 잘못 군에"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철저·투명한 조사·책임자 처벌·공식 사과 요구
Ukraine Iran Plane Crash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테헤란 부근에서 이란 미사일에 의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보리스필 국제공항의 희생자 추모 분향소 모습./사진=키에프 AP=연합뉴스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테헤란 부근에서 이란 미사일에 의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한 사실을 시인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민항기 격추라는 대형 악재를 맞은 이란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악화되고, 이란 내 대(對)미 항쟁 결속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 이란 혁명수비대...우크라이나 여객기 미사일 격추 인정 “적 쿠루즈미사일로 오인”

이란 혁명수비대는 “적의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했다”면서도 “미국이 일으킨 긴장 상황에 전시나 다름없었다”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미사일 격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란의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이 공개적으로 작전 실패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군의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이란에서 자체 개발한 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면서 이름을 높인 이란의 유력 장성이다.

◇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 “죽고 싶었다...항공사 아무 잘못 없고, 모든 잘못 군에”

하지자데 사령관은 “그런 사건을 차라리 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번 격추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관계 당국의 어떤 결정도 달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죄를 저질렀다면 우리가 부패했기 때문으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라며 “희생자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행금지 구역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전시에는 관련 당국이 민항기의 비행을 금지해야 하는 데 그러지 않았다”면서도 “설사 운항 금지가 군의 일이 아니더라도 공항·항공사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모든 잘못은 군에 있다”고 시인했다.

◇ “추가 대공 방어 시스템, 제 경로 운항 여객기 격추”

하지자데 사령관은 민항기 격추 상황과 관련, “이란군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100%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고, 특히 미국이 이란의 주요 지점을 타격한다고 경고한 만큼 이에 철저하게 대비했다”며 “새로 추가된 대공 방어 시스템에서 여객기를 격추한 실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공부대는 5초밖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고 불행히도 조급하게 나쁜 결정을 해 단거리 대공 미사일을 발사했고 여객기가 이에 맞았다”고 시인했다.

피격 여객기는 항로를 벗어난 게 아니라 제 경로를 운항 중이었다고 확인했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10일까지 미사일 격추 의혹을 부인했었다.

이와 관련, 하지자데 사령관은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현장에 갔다가 테헤란에 돌아오자마자 미사일로 격추했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합동참모본부가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 중이었기 때문에 그간 정확한 사실을 발표하지 못했던 것이지 은폐하려 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 혁명수비대, 창설 이래 최대 위기

민항기 격추로 반미 항쟁을 주도해야 하는 혁명수비대의 위상과 활동이 당분간 제한될 전망이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체계 개조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혁명수비대의 해외 무장조직 지원과 작전을 총괄했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부재에다 돌이킬 수 없는 민항기 격추까지 겹쳐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혁명 때인 1979년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실제 이란 대학생 수백명이 이날 오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혁명수비대가 민항기 격추 사실을 시인하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대학교로 모였다

이들 수백명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라고 외쳤다.

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최고지도자를 규탄하는 구호도 들렸다. 이란 내 SNS에서는 추가 추모집회 계획도 유포되고 있다.

◇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철저·투명한 조사·책임자 처벌·공식 사과 요구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의 여객기 격추 사실 시인 이후 이날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국제위원회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며 “하지만 철저한 책임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으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대한 자세 천명·책임자 처벌·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손해 배상금 지급·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란의 여객기 격추 사고에 대해 논의했다고 타스통신이 이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테헤란발 키예프행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지난 8일 오전 6시 12분께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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