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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수익 악화에도 오너에 배당 두둑…주주 친화 앞세운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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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0. 0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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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익 403억원…19% 감소
허일섭 회장 등 오너일가 78억 챙겨
"소액주주위해 차등 배당 필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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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가 작년 수익성 악화에도 고(高)배당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오너 일가에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녹십자→녹십자홀딩스→오너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인데 작년 배당으로만 오너 일가는 78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특히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은 17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얻게 된다.

녹십자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20~30%의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대형 제약사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배당을 한다는 건 주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라고 평가받는다. 녹십자 역시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녹십자나 녹십자 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각각 36%, 26% 밖에 안된다. 허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 만큼 사실상 오너 일가 배만 불리는 배당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주주보다는 일반 소액주주에게 배당금을 더 지급하는 차등 배당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녹십자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허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50.19%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가 녹십자 지분 50.06%, 녹십자헬스케어 69.01% 등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주요 계열사인 녹십자가 녹십자셀(24.46%), 녹십자엠에스(41.85%), 녹십자웰빙(29.78%), 녹십자랩셀(38.66%) 등의 최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주목할 부분은 허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이다. 허 회장 개인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12.09% 수준이다. 나머지 38.1%의 지분은 허 회장의 부인과 자녀를 포함해 허 회장의 형제, 조카 등이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은 건 그의 조카이자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의 지분율로 각각 2.56%, 2.81% 수준이다. 게다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맡고 있다.

이는 녹십자그룹이 ‘사촌 경영’ 체제로 운영돼서다. 과거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자는 녹십자그룹을 차남인 허엽섭 전 회장과 5남인 허일섭 회장에게 넘겨줬다. 이후 허영섭 전 회장이 그룹을 이끌다가 허일섭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겼고, 현재는 주요 계열사 요직에 있는 허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 그룹 회장직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회장직을 사촌이 번갈아가면서 맡는 두산그룹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14억원 수준이다. 같은 날 녹십자홀딩스는 보통주 1주당 325원, 종류주 1주당 3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금 총액은 148억원이라고 공시했다. 녹십자의 배당금 중 57억원은 녹십자홀딩스로, 녹십자홀딩스의 배당금 중 74억원은 오너일가에게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을 늘리는 건은 당연할 수 있지만 수익성 악화에도 높은 배당을 유지하거나 이를 확대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은 1조369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19.7% 줄었고, 순손실은 1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녹십자홀딩스는 매출액 1조5248억원, 영업이익 304억원으로 각각 1.5%, 38.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305억원이다.

녹십자는 영업익 감소에도 2018년 수준의 주당 배당금 1000원을 유지했다. 지난 2018년에는 순이익 감소와 함께 주당 배당금을 125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던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1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2018년 주당 배당금(보통주 250원, 우선주 255원)보다 금액을 확대했다. 양사 모두 작년 수익성 악화에도 오히려 배당을 늘린 셈이다.

녹십자가 수익성 악화에도 고배당을 실시하는 건 녹십자홀딩스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녹십자홀딩스는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지주회다.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배당금 등이 주된 수익이다. 계열사들의 배당에 기댈 수밖에 없는 만큼 배당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미약품, 종근당 등도 지주사를 두고 있지만 녹십자가 특히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기준 녹십자의 배당성향은 33.15%였는데, 당시 유한양행(39%)를 제외하고 한미약품(22.7%), 종근당(20.8%) 등보다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는 26.8%로 유일하게 배당성향 20%를 넘기기도 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기존에도 주주 친화 정책을 해 왔다”며 “이번 배당 결정 역시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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