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행장 사이에 지주 부사장 사실상 '서열 2위'
우리금융은 사내이사로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인 우리은행장이 아닌 지주 부사장 중 한 명을 선임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지주 경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지주 상근 임원을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다소 이례적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사내이사가 2명인 경우 대표이사 회장 외 한 명은 은행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의 승계 서열 2위가 은행장이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3일 정기주주총회 안건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연다. 이날 이사회에선 주주총회 일자 확정 등 주총 관련 사항을 결정하지만, 이번에는 이사회 인원을 늘리는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에는 사내이사가 손태승 회장 1명이다. 이사회는 매달 정기 이사회를 여는데, 손 회장 유고시 당장 이사회에 참여할 사내이사가 없다. 손 회장은 DLF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오는 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에 대한 제재도 효력을 발휘한다. 손 회장은 3월 주주총회일자에서 연임이 확정되지만 이를 위해선 금감원 징계를 무효화하는 행정소송을 벌여야 한다. 이에 사외이사들은 당장의 지배구조가 불안하다는 데에 동의해 사내이사를 1명 더 두기로 했다. 과점주주체제인 만큼 이사회 구성원이 늘면 각각 이사들의 권한이 약해지지만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사내이사를 추가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 지배구조 컨틴전시 플랜에 따르면 지주 회장 유고시 지주 부사장 중 나이가 많은 순서로 회장 대행을 맡게 돼있다. 하지만 회장 외에 사내이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사내이사가 회장직 권한 대행을 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사내이사로 지주 부사장 중 한명을 올릴 전망이다. 사실상 지주 부사장에게 그룹 2인자 자리를 주는 셈이다. 다른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가 회장 다음 승계 서열로 은행장을 올려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 외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기타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진 행장은 조 회장 유고시 회장 대행을 맡게 된다. KB금융도 허인 국민은행장이 기타비상임이사로 이사회 멤버이고, 승계 서열 2위다. 하나금융은 현재 김정태 회장 혼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장을 맡던 지난 2018년까지는 지주 경영부문 총괄 부회장으로 이사회에 참여했었다.
사실상 우리금융은 은행이 지주 자산 9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은행장이 그룹 2인자로 꼽힌다. 하지만 지주가 몸집을 키우면서 회장의 권한도 커진 데다, 부사장이 회장과 행장 사이에 자리하게 되면 행장 권한은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회장-행장체계를 분리하면서 그룹을 부문제로 개편하고 지주 부사장을 2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반면 은행 부문장은 없앴다. 또 은행 임원 인사를 실시할 때도 지주에 미리 보고하도록 명문화하는 등 지주 회장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권광석 내정자가 취임한 이후에도 운신의 폭은 다소 좁다. 앞서 손 회장은 권 내정자가 최종 행장 후보로 선출되던 날 조직개편과 지주 및 은행 주요 임원 인사까지 한번에 단행했다. 앞으로 경영을 꾸려갈 내정자와 사전에 논의하는 과정도 별도로 없었다. 임기 1년을 부여받은 권 내정자는 사실상 손 회장이 선출한 임원들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 게다가 주요 임원인 집행부행장은 3명으로 줄었고, 그중에서도 신명혁 자산관리그룹 집행부행장은 지주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사실상 권 내정자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사람은 최홍식 개인그룹장, 박화재 여신지원그룹장으로 이들은 모두 권 내정자와 같은 시기에 상무로 재직했거나 비슷한 직급이었다. 최홍식 전무는 2017년 ICT구축단장(상무)로 재직 후 승진했고 박화재 전무는 업무지원그룹장(상무)로 재직 후 승진해 모두 손 회장 ‘지주체제’ 확립때 있었던 인물이다.
다만 이사 선출이 100% 손 회장의 의중만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과점주주로 구성된 이사들의 의견에 따라 지주 부사장 외의 인물도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면 이사회 일원으로 추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지주는 상법상 분리된 기관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서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보다는 현재 지주에 상근하고 있는 경영진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회장 유고시의 컨틴전시 플랜을 위해 사내이사를 증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