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선택 자체를 ‘조원태냐 조현아냐’ 대결 구도로 봐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사결정이라는 게 투자목적이나 수익을 따져야 하는데, 조원태 회장 자체의 편을 들어줬기 보다 조 회장의 경영권이 유지되는 게 국민연금에 득이 되고 이해관계에 부합됐기 때문에 찬성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 프로세스의 결함이 없는 한 국민연금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게 맞고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현 경영체제 유지가 안정적이란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3월 둘째주 항공여객은 전년 대비 약 90% 가량 감소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취급하는 입장에서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면서 “더 안정적으로 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뿐만 아니라 한진칼 측이 제안한 사내·사외이사 선임도 찬성했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한진칼 이사회가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준 점,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수요부진을 겪는 점 등을 들어 현 경영진 유지가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조 회장 진영이 확보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은 37.49%, 주주연합 측의 지분율은 28.78%로 추산된다. 여기에 조 회장 측이 국민연금의 지분 2.9%를 더해 4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연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