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이 30%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대학 졸업장 자체가 취업을 의미했다. 나름 괜찮은 자리 역시 보장됐다. 하지만 진학률이 40%를 넘어 50%까지 바라보려는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베이징대학 석사 출신의 도부(屠夫·정육업자)의 존재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부언하자면 고학력 실업이 상당히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이 불편한 진실이 최근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적지 않은 베이징과 칭화(淸華)대의 석, 박사 출신들이 전국의 가도판사처(街道辦事處·주민센터)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중국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특히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위항(餘杭)구 가도판사처의 경우는 더욱 기가 막힌다. 베이징과 칭화대 석, 박사 출신들이 무려 8명이나 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대학 출신의 고학력자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이라는 추산은 별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도판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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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버드대 출신 대학 교수에서 광둥성 선전의 가도판사처 간부로 이동해 화제를 부르고 있는 뤄린자오 박사. 중국에 팽배한 고학력 실업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로 손꼽힌다./제공=신징바오.
그러나 이들의 케이스는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난산(南山)구 타오위안(桃源) 가도판사처의 간부가 된 하버드대 출신의 뤄린자오(羅林姣·40) 박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녀는 중국과학기술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 유학, 9년만에 하버드대에서 생물물리학 석, 박사와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이어 곧바로 귀국, 장쑤(江蘇)성의 난징(南京)대 물리학과 교수가 됐다. 재직 중에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신경과학저널에 논문을 실었을 정도의 연구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2018년 누가 봐도 깜짝 놀랄 엉뚱한 선택을 했다.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타오위안으로 달려가 기꺼이 가도판사처 직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경력을 인정받아 부주임이라는 타이틀은 달았다. 그럼에도 하버드대 출신의 박사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영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변신을 두고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녀가 참신하고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칭찬도 없지 않으나 역시 주류의 의견은 고학력 실업의 문제와 연결시키려는 비판적 시각이었다. 베이징, 칭화대 석, 박사 출신들이 적지 않게 가도판사처에서 일하면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현실을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닌 듯하다. 중국 사회가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