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대학, 전세계 88개의 번아웃 정의 분석
반드시 의료전문가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서 인식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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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반 대중과 의료 전문가 사이에서 자주 논의된 용어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모호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지금까지 ‘번아웃’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없었다. 최근 스위스 로잔(Lausanne) 대학의 건강연구센터(The Unisante Center)에서 ‘번아웃‘의 개념에 대한 새롭고 포괄적인 정의를 제시하는 연구가 실시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언어학자들과 협력하여 전 세계 88개의 ‘번아웃’의 정의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새로운 포괄적 정의로서 번아웃은 “직장에서의 문제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정서적, 육체적 피로상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스칸디나비안 직업, 환경과 건강 저널(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and Health)에 게재되었으며 29개국의 60여 명의 전문가 패널에 의해 승인되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번아웃‘의 정의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개념화된 증후군’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동시에 제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발표하며 ‘번아웃’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한국 뉴스를 통해 <세계보건기구가 ‘번아웃’을 ‘질병’으로 분류했다>라는 기사가 나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제 11차 국제질병분류기준에 ‘번아웃’이 포함이 된 것은 맞지만, ‘질병(medical condition)’으로서의 포함이 아니다. ‘직업 관련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의 하나로 포함된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번아웃 자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직장과 관련된 맥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소’로서 보는 것이다. ‘번아웃’이 질병으로 인정되었다고 보도되자, 세계보건기구는 바로 다음 날 별도 발표를 통해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 번 더 명확히 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하는 국제질병분류는 전 세계 의료기관 및 의료서비스 기관이 가이드라인으로 참조하는 국제적 질병 통계의 기초자료이다. 국제질병분류의 개정내용은 전 세계가 따라야 할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각 회원국은 국제질병분류에서 코드가 부여된 질병에 대해 보건 통계를 발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 회원국의 질병 치료 및 예방, 관리를 위한 법적, 의료적 체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가진 후 공식적으로 적용된다. 지난 해 발표된 제 11차 국제질병분류 역시 오는 2022년 1월부터 공식 적용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제 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에서 ‘번아웃’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은 ‘번아웃’을 겪고 있는 환자, 그 환자가 고용된 고용주, 그리고 이것을 보험 대상으로 포함할지를 결정하는 보험업계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2019년 6월, 스위스 의회에서는 ‘번아웃’을 직업병의 일환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번아웃’을 위한 치료가 상해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이자 로잔대학 건강연구센터의 이리나 구새바 카누(Irina Gusava Canu) 역학 교수는 8일 오후 (현지시간 기준) 스위스 공영 라디오 RTS를 통해 ‘번아웃’에 대한 정의를 분석함으로써 “번아웃 문제를 바라보는 개인과 사회의 태도를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하루 이틀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는 ‘번아웃’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는 어렵다. ‘번아웃’의 진단과정에서부터 잘 관리하여 ‘반드시 전문 의료진에 의해 치료해야 하는 질병 문제’로서 간주되어야 할 것이라고 카누 교수는 강조했다.
카누 교수는 이 연구의 목적은 ‘번아웃‘의 국제적 정의 변화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 아님을 밝히면서, ’번아웃’에 대한 정의와 분류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카누 교수의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 국제기구에 연구결과가 공유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