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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남녀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조선족 2명이 지난 24일 구속됐다. 이 중 1명은 자신의 옛 연인이던 피해자가 재결합을 거부하고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별을 통보받은 연인이 저지른 이별 범죄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9 분노게이지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2019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인·살인미수 피해자가 229명에 달했다. 이 중 29.6%(58명)는 이혼·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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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씨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 여성들도 비슷한 결과를 맞았다. 전모씨(27)는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집 안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며 “사귈 당시 등록해둔 도어락 지문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왜 안 만나주느냐’며 소리를 지르길래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은 ‘왜 등록된 지문을 삭제하지 않았느냐’고 내 탓을 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별 범죄에는 전조 증상이 있다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이별로 인한 범죄가 곧장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킹과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위협을 느낄 행동이지만 현행법상 이런 행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예방이 아닌 피해 발생 후 가해자를 처벌하는 구조”라며 “스토킹방지법을 입법화해 이별로 인해 발생하는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는 해외에 비해 턱없이 느린 조치다. 영국은 2014년 ‘클레어법(가정폭력 및 학대정보제공 제도)’을 도입했고, 일본은 2013년 ‘배우자 폭력 방지법’을 개정해 생명이나 신체에 폭력을 가하거나 협박한 연인을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