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개원~올해 2월까지 341명 퇴직
임명 1달만에 57명 퇴직...한 의원실 10명 퇴직도
보좌진 처우 개선 위한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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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의 입법과 의정활동을 최일선에서 주도하고 지원하는 일선 국회 보좌진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한민국 민의를 대변하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일선 보좌진의 처우를 보장해야 입법·의정 활동의 질도 제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아시아투데이는 8일 국회 사무처의 ‘21대 국회의원 보좌진 임면현황’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 30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260일 동안 341명의 보좌진이 국회를 떠났다. 이 중 4급 보좌관은 85명, 5급 비서관 93명, 6급 비서 35명, 7급 비서 43명, 8급 비서 36명, 9급 비서 49명으로 확인됐다.
임명된 지 열흘도 안 돼 퇴직하는 보좌진도 22명이나 됐다. 특히 지난해 5월 30일 개원때 임명된 보좌진이 다수였다. 한 보좌진은 “의원이 총선 때 선거운동을 도운 보좌진을 개원 후 등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보좌진을 갈아치운 A 의원실은 10명이나 짐을 쌌다. 퇴직자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76일로, 지난해 10월 채용한 5급 비서관 2명이 열흘도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의원실을 나갔다. 지난해 10월 1일 임명된 5급 비서관은 열흘만인 11일에 퇴직했고, 이어 12일에 채용된 또 다른 5급 비서관도 엿새만인 18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은 “한 달에 한 명이 나간 꼴”이라며 “이 정도로 퇴직이 잦으면 의원과 의원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보좌진 7명과 6명이 퇴직한 의원실이 각각 1곳이었다. 5명이 떠난 의원실은 3곳, 4명 8곳, 3명 21곳, 2명 62곳, 1명 84곳 순이었다.
◇국회의원 보좌진 처우 개선 법안 발의됐지만 갈길 멀어
지난 1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수행비서 면직’ 논란으로 보좌진의 처우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논란을 일으킨 류 의원도 최근 면직 예고제와 면직수당 도입을 뼈대로 한 ‘국회의원 보좌직원 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근로기준법처럼 면직 30일 전 예고와 예고하지 않았을 땐 30일분 이상의 ‘면직 수당’ 지급 등을 담았다. 또 면직을 포함한 징계처분에 대한 보좌진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20대 국회부터 의원실 3곳에서 일한 C비서는 “해고노동자 출신이자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류 의원이 ‘부당해고 비판’ 이후 내놓은 법안이 면직 예고제 도입 수준에 머물러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 비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보좌진들이 의원을 상대로 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서는 “해고된 의원실에서 일 할 수 없고, 다른 의원실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보좌진의 숙명” “퍼블릭 마인드 가져야”
다만 고용불안은 ‘보좌진의 숙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17대 국회부터 의원실 6곳에서 일한 D 보좌관은 “그동안 모신 의원 중 두 의원이 처음 꾸린 보좌진과 임기가 끝 날 때까지 함께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셨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보좌진이 한 의원실에서만 오래 일하게 되면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여러 의원실에서 경험을 쌓고 의원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승진 기회도 생긴다”고 말했다.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하는 국회 보좌진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임금 대비 업무가 과다하다는 불만을 갖는 보좌진들은 ‘퍼블릭 마인드(공적 의식)’가 부족한 것 같다”며 “그런 분들은 민간 기업에 가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비서라 할 수 있는 장관도 국정운영 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듯이 보좌진도 의원과 뜻이 맞지 않으면 퇴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리 좀 비워줘요” 말 한마디에 짐 쌌다
국회의원 보좌진 지위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보좌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도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만 있을 뿐 체계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특히 임면 관련 전권은 전적으로 의원이 쥐고 있어 임명된 날 해고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 구조다. 보좌진이 국회의원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대우를 받아도 대항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20대 국회때 의원실 두 곳에서 일한 전직 B비서는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지역구 유력인사 자제가 국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요청에 의원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직 비서는 “누군가는 보좌진을 개인사업자라고 말하긴 하지만, 국회는 ‘무법지대’”라고 토로했다.
이 전직 비서는 “근로기준법을 넘어 고용주(국회의원)와 피고용주(보좌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의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구실을 들어서라도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피감기관’ 국회 사무처, 개별 의원실 자료 공개 ‘겁내’… 의원은 누가 감시하나
국회는 해마다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기준 국감 피감기관만 643개(국방위원회 제외)에 달한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작 국회의원은 개별 입법기관이란 방패 뒤에 숨어 견제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사무처도 국회 운영위원회 피감기관으로 국회의원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몇 년 전부터 의원실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한 ‘공동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국회 사무처에서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에 맞는 보좌관을 공급하는 보좌관풀제를 운영한다”며 “우리나라의 ‘일용직’ 보좌관 제도로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보좌진은 공적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며 “의원의 개인 수행비서는 사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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