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가 이어받아 통합사옥 건립
공 넘겨받은 정의선…'GBC' 추진
105층 상징성 vs 2조절감 실리 고심
서울시 역점개발사업 핵심 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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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박정희 정부는 수도인 서울 강남이 상습 침수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양강댐을 건설키로 했고,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댐건설 공사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 회장은 곧바로 세계적 전문가를 섭외해 준비에 나섰지만, 정 회장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고 결국 댐 건설사업은 삼성이 따냈다.
고배를 마셨지만 사실 정 회장의 시선은 다른 데 있었다. 강남에 침수 걱정이 없어지고 강북과 맞닿는 한강다리까지 놓일 것이란 계산까지 마친 정 회장은 곧바로 강남 노른자땅을 사들였다. 지금 삼성역 앞 무역센터와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바로 그 부지다. GBC 역시 이 부지를 마주보고 있다. 이후에도 정 명예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을 진두지휘하며 고급 아파트 전략을 성공 시켰고 압구정 현대백화점 대박행진까지 승승장구했다. 소위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강남 불패’의 시작이었다.
2014년 아들 정몽구 명예회장은 삼성역 바로 옆 한국전력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전 그룹사 역량을 모아 입찰에 달려들었다. 이때도 경쟁자는 삼성이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컨소시움의 힘으로 당시 공시지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의 통 큰 배팅을 했고 결국 땅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안팎에선 승자의 저주, 마천루의 저주가 언급됐고 우려가 쏟아졌다. 자금난을 겪던 볼보·재규어·랜드로버 등을 사들이면 글로벌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데 빌딩 짓자고 너무 많은 돈을 들인 게 아니냐는 식이다.
현대차는 수직계열화 된 계열사를 일괄 관리할 통합컨트롤 타워 건립의 현실적 필요성을 강조 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곧바로 정 명예회장은 “100년을 내다 보고 결정한 일”이라며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했다. 그는 또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며 거액 배팅의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자동차산업은 범정부적 협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먼 미래가치까지 내다 본 장사꾼적 투자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선 정 명예회장이 아들인 정 회장의 미래를 위해 한전부지 인수 만큼은 꼭 해주고 싶어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게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에 부지를 사들이자 강남 일대는 또다시 개발 열풍과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6년여가 지난 현재 한전 부지는 토지 가치만으로 10조를 훌쩍 뛰어 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공은 정의선 회장에게로 넘어갔고 고민이 많다. 원안대로 105층 짜리 GBC 건립을 추진하며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지만 6년째 설계안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불확실해진 대내외 경영환경 탓이다. 팬데믹으로 실적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미래차로의 전환이 가팔라지면서 대규모 투자에도 나서야 할 판이다.
현대차가 약 2조원의 건설비를 아낄 수 있는 50층짜리 3개동으로 설계변경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려오자 강남구청장은 최근 정 회장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반드시 105층으로 지어 강남구민의 염원을 지켜달라는 호소다. 강남구의회는 ‘강남구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GBC 설계변경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제 GBC 건설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잠실 마이스(MICE)단지’가 융합된 서울시 역점개발사업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어깨가 무거운 정 회장으로서도 원안 추진은 의미가 있다. 양재 본사는 공간이 협소하고 건물만 우뚝 솟은 오피스 빌딩이라 미래차 시대를 이끌고 있는 혁신적 자동차기업을 상징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 온 강남의 운명을 쥔 결정과 인연이 정 회장까지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연내 방향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재계와 서울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