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팔아 유동성 확보나서
코로나에 항공수요 부진 '악재'
4632억 누적 영업적자 기록
코스피 상장 요건 충족 어려워
'렌탈 상장' 카드로 반전 모색
|
호텔롯데로선 상장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계열사 롯데케미칼·롯데푸드 지분을 팔았고, 최근엔 롯데제과 주식을 매도해 운영자금 마련에 나섰다. 업계에선 당분간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전방산업인 항공수요 및 여행객 감소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서다. 펀더멘털 회복 없인 상장을 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의 ‘뉴 롯데’ 구축 시기도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호텔롯데는 계열사 롯데제과 주식 2만39주(24억4000만원)를 장내매도했다. 호텔롯데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1%에서 0.39%까지 낮아졌다. 작년엔 롯데케미칼 주식 24만5351주(709억원)과 롯데푸드 주식 10만845주(372억원)도 팔았다.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분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2.54%로 2019년 말 대비 32%포인트 급등했다. 차입금도 이미 8조원을 넘어서 의존도가 47%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빚을 더 내기보다 계열사 지분을 팔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지난 1월 나이스신용평가는 호텔롯데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848억원 적자이며 롯데렌탈 지분인수(1989억원) 등 차입금 부담 가중이 하향조정 사유로 꼽힌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그룹 차원에서 호텔롯데에 대한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아직”이라면서 “몇 백 억원 규모의 보유지분 매각으로는 현재 이자비용을 감당하기도 힘에 부치는 수준이라 본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호텔롯데 IPO를 누누이 말해왔다. 신 회장의 ‘뉴롯데’ 핵심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배력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상장 과정에서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 롯데 측 지분율을 낮출 수 있다. 현재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다.
수년째 미뤄진 호텔롯데 상장은 악화된 재무구조와 불확실한 영업환경에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에 여행객이 줄면서 호텔과 면세사업도 난항이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지난해 3분기 누적 46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연간 적자를 내면 상장 요건 중 하나인 최근 영업익·당기순익 흑자도 충족할 수 없다. 그나마 충족 가능한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시가총액 2000억 이상’ 조건을 달성하더라도, IPO 공모가 산정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호텔신라만 하더라도 현재 시가총액이 3000억원 수준인데, 지난해 3분기까지의 수익성이 호텔롯데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현 상황에서 IPO 철자를 밟아봤자 몸값도 낮게 나올 것이고 무의미한 상황”이라면서 “본격적인 영업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재무안정성이 단기간 내에 큰 폭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호텔롯데가 지분 48%를 보유한 롯데렌탈 상장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도 추후 호텔롯데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행보로 분석한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업계 1위 사업자로, 연매출 2조원 가량을 올리는 회사다. 롯데렌탈이 성공리에 IPO를 마치면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가치 산정에 긍정적인데다, 호텔롯데도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쥘 수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최근의 비사업 관련 자산매각은 직원 임금 지급 등 운영자금이나 차입금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 임원들 급여 반납, 무급휴직을 실행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기에 IPO 관련 논의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