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계획 10곳 가동하면 5.26GW
전력수급기본계획은 4.4GW에 불과
'장밋빛 청사진' 외치지만 자원 소비량 확인 불가
"국내 데이터센터, 자원 관리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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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망 산업'을 쫓는 기업과 'AI 수도'를 자처한 지자체들의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AI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1차 관문인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 검토'를 신청한 사업자는 지난해 9월 318건에서 같은 해 12월 511건으로 월 평균 64건씩 늘어났다. 직전 13개월(월 평균 24건)과 비교해 3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하지만 AI데이터센터를 감당할 자원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우주'까지 거론된다.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우주' AI데이터센터를 꺼내들었다. 우주에서 24시간 태양광 전력을 공급 받아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복사 냉각 방식을 활용해 냉각수도 필요 없다는 게 머스크 대표의 주장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우주 AI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100만기의 인공위성 발사를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반면 한국에선 '장밋빛 청사진'만 펼쳐지고 있다. "전력과 물 확보가 관건"이라면서도 정작 자원의 투입량과 필요량이 어느 정도인지, 국가는 자원 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은 외면하는 실정이다. 간단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AI데이터센터 건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기업과 지자체도 자신들의 '시설물'이 사용할 자원량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전국으로 뻗치는 AI데이터센터…Top10, 2000만명분 전기 필요
전국 각지에서는 1기가와트(GW)에 이르는 초대형 AI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계획만 난무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지자체 등을 통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내 AI데이터센터 사업 76개를 전수조사했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10곳을 추린 결과, 이들 데이터센터가 모두 구축될 경우 전력 규모는 5.26GW, 일일 용수 사용량은 1억2604만5000ℓ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는 2100만명이, 물은 64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규모가 비교적으로 작아 상위 10곳에 포함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전력 규모는 2500만명 이상이 사용 가능한 규모까지 늘어난다. 한국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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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상 뛰어넘는 AI데이터센터 전력…10년 후면 '과부하' 못 막는다
문제는 현재 추진 중인 AI데이터센터 계획 상위 10개만 합해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초과한다는 점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요를 전망한 것이다. 해당 계획을 토대로 전력망과 변전소 등 전력 설비가 확충된다. 현재 지자체들의 계획대로라면 10여년 후 전국에 최소 5GW를 넘는 초대형 전력 수요가 생긴다는 것인데, 산업통상부(산업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최대 전력 추가 수요는 2038년 기준 4.4GW로 관측된다.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과 실제 현장의 수요 사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국가 차원의 분석이나 대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력망 과부하와 중단, 이른바 '블랙아웃'에 대한 위험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의) 큰 폭 증가가 예상된다'거나 '지역별 전력수요 전망 체계 구축 검토'를 언급한 게 전부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미국 전력망 신뢰성 및 보안 평가 보고서(Report on Evaluating U.S. Grid Reliability and Security)'에서 "AI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 시설의 전력 수요는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체 설비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전(Power outages) 위험이 100배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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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사업 주체들조차 정확한 자원 소비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 자원 사용 예측과 분석에 대한 확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국내 한 광역시에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진행하고 있는 A 빅테크 기업 관계자는 전력과 물 등 자원 예상 투입량과 공개 여부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고객 데이터의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센터 위치를 포함한 인프라 관련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일일 전력, 물 사용량 관련 자료는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돌렸다.
지역 자원 사용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기업에게 관리를 떠넘기는 모양새다. 100MW급 AI데이터센터 건립을 확정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유치만 담당했을 뿐 전력과 물 소비에 대한 내용은 기업에 확인해보라"며 해당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1GW급 AI데이터센터를 담당하는 모 지자체 관계자 역시 "우리도 잘 모른다. 기업이 제출한 수치를 그대로 사용할 뿐 따로 검증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 자원 관리의 부실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해 8월 'AI 시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경우 AI 경쟁력 확보에는 적극적이지만, 환경 영향 관리와 투명성은 미흡해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가장 기본적인 전력사용효율(PUE)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기업도 있으며, 물 취수량 및 사용량 관리 등에서도 매우 소홀한 편이다"고 꼬집었다.
강민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속 가능 경영(ESG) 공시가 자율로 진행된 제도적 공백으로 기업들의 정보 공개 일관성이 떨어졌다"며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등 데이터센터의 각종 투자 및 증축 계획 등으로 인해 자원 소비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 공개 및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PUE 최소 비율 목표 설정이나 PUE 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시아투데이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전력과 물 부족 사태 발생 시 AI데이터센터와 일반 생활 가구 가운데 우선 공급 대상'과 '연중 전력·물 최대 수요 예측량', 'AI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자원 과부하 우려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