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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요…도와주세요” 코로나19에 백기 내건 말레이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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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7. 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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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가구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본드라 뿌띠(하얀 깃발) 캠페인의 모습. 생계가 어려운 가구가 백기를 걸고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돕자는 내용이다./사진=트위터(@azidaziz13)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생계가 어려워진 말레이시아 빈곤층이 집 앞에 백기를 내걸고 있다. 하얀 깃발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돕자는 ‘본드라 뿌띠(하얀깃발)’ 캠페인이다. 서로 참여를 독려하며 따뜻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선전”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4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구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 앞에 흰색 깃발을 내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계가 어려운 집은 도움을 요청하는 흰색 깃발을 내걸고 백기가 걸린 집을 보면 돕자는 이 캠페인은 최근 말레이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제안한 켈란탄주(州)의 뚬빳 지역 여성단체 활동가인 닉 오트만은 “매일 일어나는 자살 사건을 보고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백기를 내걸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끄럽다거나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 때문에 주도적으로 깃발을 내걸기보단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길 선택한다”고 말했다.

프탈링자야에 거주하는 잠부(64)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집 앞에 하얀 깃발을 걸었다. 마을의 소매 체인점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료품을 제공하는 것을 본 직후였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백기를 보고 지역 마을 위원회에 알렸고 위원회에서 소정의 현금을 제공했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잠부는 매달 1300링깃(약 35만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지난해 3월 첫 이동제한명령(MCO)이 시작되자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에서 500링깃(약 13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450링깃(약 12만원)의 집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없다.

림분와(65)씨도 백기를 내건 사람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더 이상 남은 돈이 없다”고 털어놨다. 백기를 건 그의 집에는 소매 체인점 직원들이 구호식품 패키지를 전달했고 한 여성이 현금을 지원하고 갔다. 마을위원회 위원장도 건조식품 등을 전달했다. 매일 라면만 먹으며 살았던 림분와는 “이 지원이면 앞으로 두달은 충분할 것”이라고 감사했다.

백기를 내건 어려운 사정과 이들을 돕는 따뜻한 이야기에도 일각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케다주(州) 정부는 주정부 차원에서 백기를 내건 사람들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하마드 사누시 마도 노 케다주 총리는 “백기 캠페인은 정부가 실패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선전”이라며 “지역 재난통제센터에 전화하는 등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람들에게만 식량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하원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려운 사람들은 백기를 내걸 게 아니라 손을 들고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가 “정부가 이들을 잘 보살핀다면 캠페인은 필요도 없었을 것”이란 누리꾼들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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