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염병 사망 전체 1위에 에이즈가 오르며 ‘G2 의료대국’이라는 중국의 자부심에 상처를 남겼다. 에이즈는 제대로 관리만 잘 되면 조기 사망 걱정 없이 평생 사는 것이 가능한 질병이어서 이번 결과는 양적인 팽창에만 치중해온 중국의 의료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는 평가다.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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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전문 병동이 운영되는 베이징의 한 종합병원 전경. 많은 수의 환자들이 효율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CNS.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최근 발표 데이터를 인용한 반관영 중국통신(CNS)이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염병에 걸린 중국인 수는 276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중 사망자는 2만6000명으로 대략 전체의 9.4%였다. 환자들은 치사율이 높은 병독성간염, 폐결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주로 집중됐다. 즉 중국 의료당국이 나름 선방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금세기 들어서부터는 당뇨병보다 관리가 쉽지 않느냐고 평가받는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1만8000명에 달해 충격을 안겼다. 사망자의 무려 70% 가까이가 에이즈로 희생됐다는 것이다.
에이즈만이 아니다. 위건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중국이 병원을 비롯한 각종 의료 기관만 110만개 가량 보유한 의료대국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우선 의료인의 수가 터무니 없이 적다. 당장 전문의만 봐도 2020년 기준 인구 1만명당 2.9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18명은 말할 것도 없고 미얀마의 6.7명보다도 적다. 전 세계 평균인 16명보다 훨씬 낮다.
한국과 비슷한 1만명당 64.6개에 이르는 병상의 현실은 그나마 조금 나으나 깊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병상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대륙 곳곳에 병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위중 환자가 매년 수천여명이나 발생한다는 통계는 별로 새삼스러울 것 없다.
항간에는 “병원 가기도 어렵고 병원비도 비싸다”라는 유행어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최근 위건위의 데이터는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중국이 전체 규모에서가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를 넓혀 진정한 의료대륙 및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