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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증시가 부진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정책 리스크에 의한 원인이 커 보인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 압력은 사라졌지만, 첨단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대중국 압박은 더욱 조직화되고 견고해지는 형국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세계를 주도하는 사회주의 초강국” 건설을 꿈꾸며 미국의 견제에 맞서 내부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일까?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인터넷 기술주들이 고전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은 막대한 내수 시장의 잠재력과 서방 자본의 힘을 빌려 단기간내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앤트그룹 IPO(기업공개) 취소를 시작으로, 알리바라와 텐센트에 대한 과징금 부과, 미국에 상장한 자동차 공유업체 디디츄싱에 대한 앱스토어내 앱 사용금지, 최근 사교육 업체 영리활동 금지 조치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술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첨단 기술 경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국 기술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중국 정부의 감독강화와 규제 위험이 인터넷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기술주 비중이 높은 홍콩 시장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정도가 큰 실정이다.
정책 요인과 별개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본 중국 증시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외환보유고는 중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현황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자,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외화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보유한 외환을 풀어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킨다. 반대로 시중에 외환이 남아돌아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경우 외환을 매입해 위안화가 급격히 절상되는 것을 방어한다.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무역수지 흑자와 투자자금 유입으로 외환보유고가 증가할 것이고, 경제성장 둔화 또는 금융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질 경우 해외로 자금 유출 압력이 커져 외환 보유고는 줄어들게 된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코로나19 진정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외화자금 유입도 증가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책요인과 별개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 증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이전인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시화율도 2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교역체계에 편입된 후 경제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70% 수준까지 커졌고, 인프라와 주택 투자 확대에 힘입어 도시화율도 60% 수준으로 높아졌다. 경제 규모가 미국의 70% 수준으로 커진 나라가 수출을 통해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도시화율이 높아짐에 따라 인프라나 주택 투자 수요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교역 증가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된 경기부양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증가해 현재 중국의 민간과 정부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3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에서 내수소비 고급화와 신성장 산업 육성으로 성장동력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2020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소득 수준 향상은 내수 소비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 주식 시장 투자를 고려한다면 업종 선택에 있어 내수소비와 신경제(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5G, 인공지능 등) 관련 기업 또는 해당 기업 비중이 높은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기술냉전에 따라 그 경계선에 위치한 기업(인터넷 기술기업, 홍콩·미국 교차 상장 기업)의 경우 당분간 정책 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이 주로 홍콩시장에 상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홍콩 시장보다는 본토 시장(심천 상업판, 상해 과창판)이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안전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