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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법원, 자국 최대 인권단체 해산 판결…기본권 후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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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1. 12. 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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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POLITICS/RIGHTS-MEMORIAL <YONHAP NO-2659> (REUTERS)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대법원이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해산 판결을 내린 가운데 모스크바의 대법원 청사 앞에 취재진과 메모리알 지지자들이 모여있다./사진=로이터 연합
약 30년간 러시아와 옛 소련의 인권탄압 상황을 감시하고 기록했던 러시아의 저명한 인권단체 ‘메모리알’이 대법원의 판결로 해산될 위기에 놓였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대법원은 메모리알 해산 청구 소송 공판에서 “국제 역사 교육·자선·인권 단체인 메모리알과 이 단체의 지방 조직 및 관련 산하 조직들을 해산하도록 결정한다”고 판결 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메모리알이 자체 출판물에 외국대행기관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률을 어겼으며 옛 소련에 대해 테러국가라는 허위 이미지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판결에 대해 “푸틴의 권위주의적 정권에 의해 희생양으로 전략한 러시아 시민단체에 대한 또 다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청사 앞에는 메모리알을 지지하는 인파가 몰리며 일부 충돌이 빚어졌다. 이들은 “수치스럽다”고 외치며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했다.

메모리알 인터내셔널의 변호인은 검찰의 메모리알 해산 요청을 수용한 대법원 판결은 불법적이고 근거가 없다며 헌법재판소 제소를 고려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유럽인권법원에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메모리알의 진짜 해산 이유는 검찰이 옛 소련의 피해자들을 재조명하는 단체의 활동을 못마땅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모리알 인터내셔널 이사회의 올레그 올로프도 이번 판결에 이념적 의도가 담겼다고 비판하며 “노골적이고 불법적인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1989년 역사교육단체로 창설된 메모리알은 이후 인권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옛 소련과 개방 후 러시아의 정치적 탄압을 연구 및 기록하고, 러시아와 다른 옛 소련권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감시해왔다. 이 단체의 공동 창립자 중에는 197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사하로프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알에 대한 해산 판결로 러시아 내 민주세력에 대한 옥죄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이후에도 인권단체와 민주주의 옹호자들에 대한 압박은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초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나발니 지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구금되기도 했다.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메모리알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테러 및 극단주의 단체”라고 낙인 찍었다. 메모리알의 하부 조직인 ‘인권센터 메모리알’도 모스크바 검찰청이 해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다음날 공판이 예정돼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러시아 대법원의 판결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가장 오래되고 존경받는 인권단체 메모리알에 대한 러시아 대법원의 강제 폐쇄 결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 당국에 독립적 목소리와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괴롭힘을 그만두고 표현·결사·평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이행하다 억압당한 이들과 연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도 메모리알 폐쇄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침해라고 비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이자 스웨덴 외무장관인 안 린데는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중요한 출처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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