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현지 선호도' 파악 실패
"브랜드 이미지 추락 막는게 급선무
첨단시스템 무장해 경쟁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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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는 35만277대, 기아는 12만7005대를 팔았다. 합산 47만7282대로, 전년 현대차 혼자 올린 44만대와 엇비슷하다. 2016년 179만대를 정점으로, 100만대선이 깨진 2019년에 이어 불과 2년만에 다시 판매량이 반토막 난 것이다.
2016년 7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중국내에선 강력한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불었다. 이른바 한한령의 영향으로 이듬해인 2017년 현대차 중국 판매량이 120만대 수준으로 주저 앉았고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추락 중이다. 결국 현대차·기아 합산 270만대까지 끌어 올렸던 중국내 연 자동차 생산능력은 현재 226만대로 쪼그라들었다. 매각이 진행 중인 현대차 베이징 1공장과 라인을 멈춰 세운 기아 옌청 1공장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나름 까다로운 현지 입맛을 못 맞추고 단지 가성비 위주로 접근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졌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패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현대차가 엘란트라(한국의 쏘나타)를 중국에 택시로 투입했는데, 현지 소비자들은 택시를 자가용으로 잘 사지 않는다”면서 “앞서 폭스바겐도 같은 이유로 중국시장에서 실패한 바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 사이 중국 토종 브랜드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것도 현대차 부진의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현지 선호도 파악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지리 자동차 같은 중국 토종 브랜드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제 20~30% 더 비싼 현대차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 정의선 회장은 중국 공략을 위한 특단의 전략을 내놨다. 시장에 특화된 R&D와 마케팅 전략을 펴겠다며 중국 상하이에 선행 디지털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전동화, 공유 모빌리티 등의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브랜드 이미지 차별화와 쇄신을 위해 상품 라인업을 최적화 하는 작업에도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방향엔 동의하면서도 더 긴 호흡으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동차시장 특성상 고객 충성도가 다른 브랜드로 향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중국사업 총괄을 몇번이나 물갈이 했는데도 안되지 않느냐, 단기간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는 커녕 4~5년을 내다보고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 공략을 위해 전기차와 제네시스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경쟁사 대비 그렇게 앞서 가는 그림은 아니다”라며 “결국 중국 소비자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첨단기능 탑재 모델을 내놓으면서도 단가 상승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로봇이나 UAM, 수소사업이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연결된다고 하지만,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없다”면서 “너무 벌일 게 아니라 자동차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는 “점유율 중심으로,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면서 토종 브랜드와 차별화 해 프리미엄 시장에 입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