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잔액 90조원은 반영 안돼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1년새 감소
지원 종료후 깜깜이 부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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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일까. 역대 최저치의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모두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착시현상’이다. 지난 2년 동안 이뤄졌던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은행권에서만 200조원 가까이 지원했고, 채권 잔액이 90조원을 넘어서는데도 해당 리스크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은행 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부실채권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는 한계차주의 줄도산 등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질 수 있고,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려져 있는 부실을 감안해 리스크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 부실채권비율·연체율 역대 최저치...리스크 대응능력은 ↑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50%를 기록해 전년 대비 0.14%포인트 개선됐다. 2020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년 전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0.21%를 나타냈다.
은행권 총여신은 2371조9000억원으로 지난 1년간 200조원이 증가했지만, 부실채권은 2조1000억원 줄어든 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리스크 대응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총 대손충당금 잔액을 부실채권으로 나눈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지난해 말 기준 165.9%로 27.6%포인트 개선됐다.
◇건전성 지표에 90조원 잠재 부실 제외
은행권이 역대 최고 수준의 펀더멘털을 보여주고 있지만, 금융당국으로선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는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의 영향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이 지원한 대출 만기연장과 원금 상환유예, 이자상환유예 채권 잔액은 각각 83조4000억원과 5조원, 1조7000억원 수준이다. 90조원이 잠재 리스크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로 부실채권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현재 수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채권 자체가 줄어 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도 적립률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은행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대폭 줄어
은행권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예년보다 적게 쌓았다. KB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으로 3646억원을 쌓아 1년 전보다 7%가량 줄었는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각각 63.2%와 49.8%, 40.1%, 23.7%가량 대손충당금을 덜 쌓았다. 잠재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종료되면 한계기업들이 수면 위로 대거 올라올 수 있다”면서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리스크가 은행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8800억원 규모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라며 “금융지원 종료 이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은행이 신용위험을 충실히 평가하고,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