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에 지친 투자자 떠날라…"시스템 마련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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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9개 증권사가 투입한 전산운용비는 지난해 말 기준 총 6667억5671만원이다. 전년 동기 5802억4862만원 대비 14.9%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가 전산투자에 사용한 금액 중 역대 최대치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증권사들은 지속해서 전산투자비용을 늘려왔다. 지난 2016년 증권사들이 투자한 전산비용이 4801억891만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5년 새 1866억원이나 더 많은 돈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만 증권사에서 1년 전 644건에서 67.7% 늘어난 1080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편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전산운용비 대거 투입했지만…민원은 그대로
전산운용비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말 525억원이던 전산운용비를 667억원으로 142억원 늘렸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은 630억원에서 764억원으로 134억원 늘린 전산운용비를 투자했다.
삼성증권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지난해에만 821억원의 전산운용비를 사용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큰 투자금액이다. 이외 △신한금융투자(210억→311억) △한국투자증권(289억→333억) △KB증권(205억→244억) △대신증권(211억→249억) △하나금융투자(150억→177억) 등도 20억원이 넘는 돈을 전산운용에 투자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민원건수 변화는 없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장 많은 민원건수를 기록한 곳은 361건의 대신증권이었다. 3분기 53건보다 581.1% 늘어난 규모다. 이 중 351건이 전산장애 민원이었다. 삼성증권에는 지난해 4분기에만 25건의 전산장애 민원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전산장애로 13건의 민원을 받아야 했다.
◇주식 투자자 증가세…전산장애 적극 해결해야
증권사들은 이전과 같은 ‘먹통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당일 하이투자증권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MTS에 서비스 지연이 발생하며 거래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KB증권, 신영증권에서도 같은 날 거래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케이옥션이 상장하던 1월 24일에는 신영증권에서 접속 장애가 나왔고, 퓨런티어가 코스닥에 상장한 2월 24일엔 유안타증권 전산이 마비됐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 보상을 약속했지만, 아직 책임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보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곳도 있다.
주식을 찾는 투자자가 지속 유입되면서 전산장애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6041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19일 4000만개를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2000만개가 넘는 계좌가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은 단순히 거래용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마케팅, 이벤트 용도로도 사용되는 만큼 증권사가 절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형 거래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장애로 인한 피해에 지친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아이템을 지닌 핀테크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각성 없이는 손실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