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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사이에서 한국이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가 된 현실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묘하고도 슬기로운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한국에게는 동맹인 미국 못지 않게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만큼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른바 '정미경중(政美經中)', 즉 "안보를 포함한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가까이 한다"는 암묵적 외교 전략이 유지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최근 들어 완전히 생명을 다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거의 노골적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에 줄을 선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굳이 구구한 설명도 필요 없다. 일부 경제 및 외교 부문의 일선 책임자들이 너무나도 경솔하게 '탈중(脫中)'이라는 치기 가득하고 거칠기 그지 없는 단어를 외치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당연히 중국 정부나 중국인들이 좋아할 까닭이 없다. 30주년의 분위기가 뜨는 것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현재 베이징대학에서 연수 중인 전 정부 고위급 인사 K모씨가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은근하게 하는 절제의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 일선 책임자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민 사회에서 천박하다는 말이 나돌 만큼 일차원적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중 전략을 입안하거나 결정하는 컨트롤 타워에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며 한탄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양국 국민들의 상호 감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사상 최악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20%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대한 감정이 북한이나 일본보다도 더 나쁘다.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고려몽둥이'라는 서로를 향한 모욕적인 표현이 최근 더욱 급작스럽게 퍼져나가는 현실을 보면 상황은 정말 비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5000년 동안 이른바 '일의대수(一衣帶水·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관계)'로 살아온 양국이 이처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반목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악의 경우 양패구상(兩敗俱喪), 다시 말해 양쪽이 다 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이에 따른 충격은 한국이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를 뻔히 알고도 그 길을 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해야 한다. 상호 존중과 이해, 발상의 전환으로 이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윈-윈의 길이라는 사실을 양국 모두 명심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