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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연필 선 위에 크레용으로 색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유채를 살짝 덧칠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중섭은 1940년대 초반 제작한 엽서화에서 크레용을 사용해 강줄기나 산의 능선을 유려하게 처리하고 과일이나 꽃을 강조한 바 있다.
여러 매체를 섞어 완성한 '정릉 풍경'은 이중섭이 심신이 쇠약해진 생의 말년에도 기법적인 실험을 이어나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제작할 무렵 이중섭은 거식증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간염 등을 앓으며 정릉에서 화가 박고석, 한묵, 소설가 박연희, 시인 조영암 등과 이웃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정릉 풍경'은 따뜻한 대기 속 쓸쓸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