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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칠공예 명장 장용호, 차(茶) 향에 이끌려 나무에 글을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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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기자

승인 : 2022. 11.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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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호 웃음
목칠공예 부문 김해시 2022년 최고 명장으로 선정된 장용호 학고방 대표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허균 기자
"차(茶)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차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서각, 목공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목칠공예 부문 김해시 2022년 최고 명장으로 선정된 장용호 학고방 대표는 "평소에 차를 좋아하다 보니, 나무로 다구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목각과 서각을 배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 '학고방(學古房·전통을 배우고 가르치는 집이라는 의미)'은 김해 진례에 있다. 원래 장유에 있었지만 얼마 전 이곳으로 옮겨왔다. 장소도 협소했거니와 '내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결단이 그를 진례로 이끌었다. 작업실은 김해에 있지만 그는 이름은 지역에서보다 서울 수도권, 중앙에서 더 알려져 있다. 미술협회 등 단체 활동을 서울에서 한 탓이다.

17일 학고방을 찾았을 때 장 대표는 기자를 보자마자 차를 내기 위해 커피콩을 갈기 시작했다.

커피콩을 가는 맷돌 뒤로 솟대 몇 개가 보이고 그가 새긴 것으로 추측되는 서각 현판도 보였다. 나무로 제작된 다구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차사발도 제법 쌓여있다. 작업대엔 조금 전까지 손길이 갔던 것으로 보이는 작품 하나가 제 자리인 양 자리를 지키고 있다.

"IMF가 2007년도에 있었나요? IMF가 터지가 딱 1년 전 나무 작업을 업(業)으로 시작했습니다. 멋모르고 시작은 했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손재주가 특별하지도 않았는데 먹고살기 위해 매진하다 보니 어떻게 됩디다." 서각과 목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묻었더니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조금 어색한 답이 돌아왔다.

수입에 대해 묻자, '힘들다'는 답변과 함께 "다구 등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선 돈이 되지 않는 것을 그때 알게됐다"며 "관공서 등이 하는 큰 사업에 참여해야 입에 풀칠하기가 수월하다"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얼마 전 국보로 지정된 통영 세병관 현판이 그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세병관에 조선인의 기세를 꺾기 위해 학교와 관공서를 세웠다. 10여년 전 문화재청이 복원을 했는데 복원 과정에서 그가 40개 정도의 현판 제작을 맡았다.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를 안장하기 위해 2008년 새롭게 단장한 국립이천호국원 현충문과 현충관의 현판이 장용호의 작품이다. 한메 조현판(한국한글서예학회 회장)의 글을 서각한 것이다. 현충문 현판은 폭 1m40㎝, 길이 3m40㎝로, 우리나라 역대 현충문 현판 중 제일 크며, 글과 서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화재로 복원된 김해 향교, 김해 한옥체험관, 가야테마파크 현판도 그의 작품이다. 설악산 봉정암에도 그의 손결이 묻어 있다.

무심결에 스쳐갔던 우리나라의 제법 크고 이름있는 한옥에는 어김없이 그의 자취가 남아있다. 서각 부문에 그가 최고 위치에 올라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그는 "예전에 진주에서 전시를 했는데 밤을 새워 작품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내 작품이 최고인 줄 알았다"라며 "자만이었다. 너무 부끄럽더라. 여러 작품들과 견주어보니 너무 실망스러워 당장 떼어내고 싶었다. 그런 일들을 4~5년 정도 겪었다. 부끄러웠던 시간들이 쌓이면서 연륜이 됐고 실력이 되더라. 지금은 내 작품을 어디 내 놓아도, 누구와 견주어도 조금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자신했다.

"저에게 서각은 삶 자체입니다. 급하게 서두르면 작품 전체를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과 꼭 같습니다. 그림은 덧칠을 할 수 있지만 나무 작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서두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후회만 남길 뿐이죠. 누구나 자기만의 수행 방법이 있겠지만 저에게 서각은 수행입니다."

허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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