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신국립극장 도쿄는 25주년을 맞이했다. 성대했어야 할 25주년은 코로나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래도 현재 2022~2023년 시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25주년 기념 프로그램은 이어지고 있다. 1997년 개관한 신국립극장 도쿄는 일본 최초이자 최고의 국립극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페라, 발레·댄스, 드라마 3개 부문을 각 예술 감독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1997년 문을 연 이래로 총 750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신국립극장 도쿄의 오페라는 수준 높은 서양 오페라를 선보이는 것과 함께 세계무대에 내놓을 일본오페라를 목표로 꾸준히 일본오페라 창작 작업을 해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 2월 '세계무대에 내놓을 일본오페라 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오페라 '애스터(Asters)'가 무대에 올랐다. 이어서 코로나로 어려웠던 2020년 11월에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아마겟돈의 꿈(A Dream of Armageddon)'을 공연했고 다음해 2월 이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선보였다. 이처럼 신국립극장 도쿄는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제작극장으로서 일본 공연예술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일본인들은 작곡가 바그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음악 도입 초기인 20세기 초반에 벌써 바그너협회 일본 지부가 생겼을 정도로 바그너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컸다. 오페라 '탄호이저'도 평일 오후 2시 공연임에도 극장이 가득 차 그의 인기가 여전함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탄호이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펼쳐진 무대는 이미 15년 이상 지났음에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투명한 아크릴이 솟아오르며 베누스의 궁전으로 완성되는 모습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 궁전은 바르트부르크의 성으로 바뀌는데 향락과 관능의 궁전에서 평화와 고귀함이 넘치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매우 정교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몰입을 더할 수 있었다.
베누스 궁전에 나타난 무희들의 요염한 몸짓과 함께 1막을 시작했다. 탄호이저의 스테판 굴드와 베누스를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에글 시드라우스카이테는 강력한 창과 방패처럼 서로를 찌를 듯이 노래하며 팽팽한 긴장을 조성했다. 두 사람의 이중창은 관능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대립적으로 느껴졌다. 베누스의 궁전에 싫증과 회의를 느낀 탄호이저와 그를 잡아두고 싶어 하는 베누스의 유혹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두 성악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가창을 들려줬다.
스테판 굴드의 음성은 1, 2막에서 큰 볼륨에 비해 다소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이었지만 3막에 이르러서는 탄호이저의 절망과 회한을 섬세하게 표현해 명성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환갑을 지난 테너인데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힘과 성량을 자랑했다.
|
이처럼 성악 파트가 훌륭하게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알레조 페레즈가 이끄는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현악의 움직임은 웅장하면서도 조밀했고, 목관과 금관파트에서도 풍성한 호흡을 바탕으로 매끄러운 선율이 이어졌다. 오케스트라는 성악 파트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페레즈의 신국립극장 도쿄 데뷔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날 오페라는 성악, 오케스트라, 무대장치, 조명, 의상 모두가 빈틈없는 조화를 이루며 탁월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 프로덕션은 당시 신국립극장 도쿄 1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던 것을 25주년에 다시금 무대에 올린 것이다. 신국립극장 도쿄가 사반세기 동안 착실히 이뤄낸 것들을 보면서 '동아시아에서 오페라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