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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장벽’ 1년... 대공황 이후 최고 관세가 만든 ‘뉴노멀’과 승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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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28. 08:07

미 실효 관세율 17% 시대, 글로벌 공급망 지각변동
'트럼프식 보호무역' 전 세계 확산
'뜻밖의 해방' 맞은 멕시코, 1조달러 무역흑자 낸 중국
내년 무역 불확실성 '시계제로'
트럼프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EU>)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함께 세계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관세 조치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의 자유무역 기조를 뒤집고, 세계 각국의 무역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 미,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 장벽'...사상 최고 관세 수입 불구 총세입의 5% 수준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전환에 대해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의 미국 무역 정책을 뒤집고, 한때 매우 개방적이었던 경제 주변에 관세 장벽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표 후 유예·수정·재발표를 반복하는 식의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관세를 도입한 탓에 2025년을 최근 중 가장 격동의 경제 연도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말 3% 미만에서 1년 만에 17% 가까이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AP도 11월 기준 실효 관세율이 1월 평균의 7배에 달한다며 이것이 미국 대공황 때인 1935년 이후 최고치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고관세 정책은 미국 재무부의 세수 증대로 이어졌다. 로이터는 관세가 월평균 약 300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고, AP는 올해 11월까지 2360억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AP는 이것이 연방 정부 전체 수입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관세 수입이 총세입(2024 회계연도 4조9000억달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미중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떠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 경제 재앙은 없었다... 'AI 붐'이 상쇄한 충격

당초 수많은 경제학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가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2025년 미국 경제는 예상 밖의 회복력을 보였다.

로이터는 그 원동력을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탄탄한 소비에서 찾았다. 미국 경제는 1분기에 일시적인 수축을 겪었으나 곧 반등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3년 3분기(4.7%) 이후 2년만 최고치인 연율 4.3%였다.

하지만 거시지표의 호조 이면에 가계의 고통이 존재한다. AP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결국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인바움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3월 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내셔널 팔레스(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 트럼프 관세전쟁 뜻밖의 승자 멕시코 vs 사상 최대 무역 흑자 중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최대 수혜국은 멕시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를 '뜻밖의 승자'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이후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급증했고, 11월까지 미국에 대한 멕시코의 상품 수출이 전년 대비 거의 9% 증가, 올해 양국 간 상품 교역이 9000억달러에 육박해 사상 최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약 5060억달러, 수입은 약 3340억달러로 총 8400억달러의 교역량을 기록했었다.

중국과 멕시코의 대미 교역 승패를 가른 것은 관세율 격차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펜와튼 예산모델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중국 실효 관세율은 37.1%에 달하는 반면, 멕시코는 4.7%에 불과하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무려 47.5%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대미 수출액은 25%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무역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위안화 평가 절하와 중국 기업들의 가치 사슬 상향 이동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중국 경제
중국 산둥(山東) 칭다오(靑島)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로 12월 4일 찍은 사진. 창다오항은 약 240개의 대외 무역 노선을 통해 180여개국 및 지역의 700개 이상 항구와 교역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설명했다./신화·연합
◇ 2026년, 불확실성 계속

2025년의 격랑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트럼프는 올해 세계 무역을 뒤흔들었으며, 일부 불확실성은 2026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의 관세 조치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2026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제시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관세가 포함되는지를 판결한다.

아울러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도 예정돼 있어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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