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기억의 밤' 이후 6년만에 '리바운드'를 내놓은 장항준 감독은 영화를 만들때가 가장 신이 난다고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완성하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터라 더욱 의미가 있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농구부를 살린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들이 일궈낸 연승 쾌거는 당시 농구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킹덤' '시그널' 등을 집필한 장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와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2012년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뉴스에 나오는 부산중앙고의 이야기를 접하고 바로 강양현 코치에게 연락해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답니다. 얘기를 듣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아내가 수정할 부분이 보인다면서 참여했어요. 아내가 바쁠 때였는데 뭔가 느낌이 오는 것 같아서 같이 하자고 했죠. 함께 실제 사건들을 취재하고 시퀀스와 신을 재배열하고 인물과 캐릭터도 조금씩 바꿨어요. 권성휘 작가가 워낙 그림을 잘 그려 빌드업 하기 쉬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아주 잘 나왔어요."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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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제공=미디어랩시소
투자 받기가 만만치 않았다. 스포츠 장르, 게다가 농구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데다 주인공들이 신인이라는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아무도 가지 않은 '한국 농구 영화의 길'이라고 생각하니 겁이 나기보다는 설렜단다. 또 실화여서 피가 끓었단다. 다행히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캐스팅도 만만치 않았다. 실화를 다루는만큼 실존 인물들과 비슷한 신장을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다. 2차 오디션에만 500여 명을 만났다. 강양현 코치 역의 배우 안재홍은 체중을 10kg까지 늘렸다. 강 코치와 직접 만나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를 따라하기도 했다. 배우 김택은 휘문고와 중앙대 농구부를 거친 실제 선수 출신이다. 여기에 농구 경기 장면도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이 진짜 농구를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준비된 분량의 경기 장면이 끝나도 장 감독은 '컷'을 외치지 않았고 배우들은 계속 코트위를 달렸다.
"다른 스포츠 영화들보다는 경기 장면이 많은 편이죠. 품이 많이 들더라도 실제 코트에 들어가 눈높이(아이레벨)에서 촬영하려 했죠. 서로 앵글에 걸리지 않게 여러 대의 카메라가 공을 따라 움직였고 고속 촬영도 사용했죠. 배우들도 '안양고 14번 합' 하면 바로 그 위치에 딱 설 정도로 합이 좋았고 연습도 많이 해 실제 경기처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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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제공=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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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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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는 기존에 접한 '언더독'의 이야기와는 다른 결을 그린다. 강 코치는 선수들에게 우승을 위해 무언가를 강요하고 가르치는 대신 선수들과 함께 성장한다. 안재홍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장 감독의 러블리한 모습이 강 코치에게 투영되며 과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코미디가 완성됐다.
"이게 실화가 아니었다면 클리셰 범벅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에요. 워낙 힘든 이야기라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최대한 담백하게 전달해야 했죠. 드라마틱한 장치들은 전부 빼고 배우들에게도 '절대 울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관계보다는 역경을 뚫고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사랑 이야기도 뺐어요. 누군가가 '슬램덩크 속 채소연 같은 캐릭터는 없냐'고 물었는데 저는 옛날부터 그런 게 딱 싫었어요. 본질만 왜곡하는 것 같아서요."
장 감독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신이 내린 꿀 팔자' '윤종신이 임보(임시 보호)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등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수식어로 친근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2002년 첫 연출작인 '라이터를 켜라'를 작업 할 때에는 정신이 없었고, SBS 드라마 '사인'을 할 때에는 미니시리즈가 처음이라 3사 방송사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단다.
"리바운드'에도 나오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치면 끝이고 이유 없이 슬럼프에 빠지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잖아요. 영화감독도 마찬가지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가 끝인 걸 알게 되거든요. 저는 60대까지 현장에 있는 것이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