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입산 제품 선호가 사태 더 키워
대일의존도 줄이기 위해 국산화 나섰으나
다시 호주산으로 교체…시간·돈은 공중에
정기환 회장 직접 나서 "호주산"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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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 업계와 한국마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발생한 게이트 오작동 사고로 최소 78억원에 이르는 금액 손실이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 1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마사회는 당시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 행사를 개최했다. 사태의 시발점은 9경주의 최종 경주가 끝난 뒤 전광판에 '출발 불성립'이라는 문구가 표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주 중 발생된 게이트 오작동으로 한 기수가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9경주의 경주 불성립 처리에 따른 시간 연장 및 경주로 보수 등으로 인해 경기장이 어수선해지며, 뒤이어 이어진 10경주에선 기수 낙마로 주행이 중지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당시 마사회 측이 출발대 문제 발생 시 이를 알리는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출발요원으로 업무 능력이 미숙하고, 상황 판단이 서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마사회 내부 관계자는 "당시 서울경마장에는 비가 왔고, 온도가 낮은 기상환경이었다"며 "사전에 개폐 상황 여부만 확인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고, 이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발주대 전방 150미터 지점에 발주기 오작동에 대비해 깃발을 흔들며 수신호를 알리는 인원이 배치돼 있는데, 정규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배치해 경주마를 중지시키지 못한 것 역시 사태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1경주당 걸리는 평균 판돈은 30억원 이상이다. 관련업계와 마사회 등에 따르면 경주 무효화와 베팅 금액 환불 등으로 단 하루에만 최소 78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마사회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2020~2021년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각각 4604억원, 4179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간신히 흑자 전환했다.
이에 일각에선 무리한 수입 제품 선호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게이트 역시 2008년 도입한 일본산 제품이다. 외산 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한국마사회 측은 일본 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특허청에 '경주용 출발대 유압식 앞문개폐장치'를 출원하기도 했다.
자체 제작한 '14칸 일체형 출발대'를 2010년 9월 서울경마공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공개 선언 한 지 5년 2개월 만이다.
문제는 이처럼 제품 출원을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 놓은 결과가 '호주산 출발대'로의 교체라는 것이다. 마사회 측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산·한국산 출발대를 호주산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한국마사회 측이 어렵게 출발대 국산화에 성공해 놓고, 국산 대신 또다시 수입산을 택한 것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같은 국가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카지노 슬롯머신 티켓 ATM을 국내 중소기업 업체와 손잡고 국산화에 나서기로 한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당시 한국마사회를 이끄는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역시 직접 나서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국산 제품에서 호주산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지지를 이끄는데 나서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호주산 출발대 도입을 통해 경주 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더욱 공정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마가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출발대 국산화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연구를 진행해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일본산 제품은 출발대 1칸에 1억원으로 상당한 고가다. 하지만 국산화 당시 일본산 제품의 3분의 1가격으로 해냈다. 이게 지속되지 못하고 슬그머니 호주산으로 교체돼 국산 제품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주용 출발대를 국산화하면서 당시 출발대 가격은 14칸 기준 3억5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며 "호주의 경우 5억원 수준으로, 호주산도 문제가 발생할 텐데 AS할 때마다 우리나라로 직원을 부르는 비용까지 추가돼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마사회 측은 호주산 출발대가 일본산·국내산 제품보다 소음이 적어 교체를 택했다는 주장이다. 경주마들이 소리에 예민하고 겁이 많아 출발대 개폐 소리에 놀라 출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회사 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음으로 인해 말의 출발에 영향이 미친다는 결과도 없이 출발대를 호주산으로 바꾼 마사회 측에 의문이 든다"며 "호주산의 경우 스프링이 약해 속도가 늦고, 이로 인해 소음 발생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속도가 늦어 말이 출발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발대 국산화를 성공 시킨 동성판금플랜트 김성식 이사는 "국내산이 있음에도 또 다시 호주산을 택한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라며 "공기업이 국내 업체를 지원·육성하기는 커녕 앞장서 수입산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출발대 국산화에 나섰지만 국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호주산 제품을 구입하게 된 것"이라며 "출발대 국산화를 의도적으로 안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