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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이순신 유물 일괄' 가운데 칼 한 쌍을 '이순신 장도(長刀·긴 칼)'라는 명칭으로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예고했다.
길이가 약 2m인 이순신 장도는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 쌍의 칼이다. 칼자루는 나무에 어피(魚皮·물고기의 가죽)를 감싸고 붉은 칠을 했다. 칼자루를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금속판을 댄 뒤 검은 칠을 한 가죽끈을 교차해 감은 형태다.
몸체가 196.8㎝인 칼의 칼날 위쪽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인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칼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시구가 새겨져 있다.
칼자루 속에는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뜻의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이란 글귀가 있어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는 '이충무공전서' 기록과 일치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다"며 "제작 기술과 예술성 역시 우수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순신이 전쟁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이순신 장도는 조선시대 도검에서 보이는 전통 양식을 따르고 있다. 메고 다닐 수 있게 칼자루에 끈이 있고, 칼이 미끄러지지 않게 금속 돌기가 올라온 금속판을 부착한 상태로 제작된 점, 은입사 기법 등 조선시대 도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일본과 중국 칼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칼자루를 단단하게 쥘 수 있도록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은 방식, 칼의 손잡이에 있는 목정혈(目釘穴), 칼날에 홈이 파여져 있는 '혈조' 등은 일본 칼의 요소를 일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칼자루 맨 끝부분에 금속으로 마개처럼 생긴 것을 측면에서 보면 중국인의 모자처럼 생겼다. 이는 중국 칼의 특징"이라며 "이순신 장도는 한국, 중국, 일본 칼의 좋은 점들이 다 결합돼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국보 지정 예고와 함께 기존의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요대(腰帶·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을 추가하고,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의 명칭을 우리말로 변경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순신 장도의 국보 지정 여부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