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단정적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다음 주로 예정됐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의 방중이 중국에 의해 전격 취소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5일 전언에 따르면 그는 원래 지난 4월 방중,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후 조율된 10일 방중 일정 역시 별 다른 사유 없이 취소됐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보렐 대표의 방중 일정과 관련, "전혀 정보가 없다"고 거의 무시하듯 밝힌 사실을 감안하면 뭔가 불만이 있어 중국 측이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지난 주 EU 정상회의에서 대중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이 거론된 것에 대한 반발일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EU가 중국에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해 달라"고 촉구하는 현실 역시 양측의 갈등 재점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에 은근히 동조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도 좋다. 양측의 갈등만 부추기는 주문인 만큼 기분도 좋을 까닭이 없다.
중국 상무부가 3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8월 1일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사실도 거론해야 한다. EU가 2020년 기준으로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필수적인 이 재료들의 70%와 45%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는 EU를 상대로 작심하고 보복 카드를 뽑아들었다고 해야 한다.
현재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 EU 일부 회원국들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대중 구애는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로 볼때 이 국가들의 노력은 당장 결실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양측의 갈등 고조 가능성에 속으로 웃고 있다는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은 확실히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