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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베이징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채호를 비롯해 김창숙, 이회영, 이육사 같은 항일 투사들의 체취가 물씬거릴 유적지가 상당히 많으나 이날 현재 보존돼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심지어 유적지라는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조차 설치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임시정부가 소재했던 상하이(上海)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 청사가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기적일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베이징의 역사 공부 단체인 '재중 항일역사기념사업회'의 홍성림 회장이 "정말 기가 막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가 걸었던 길을 따라야 한다. 그때 레지스탕스에 나선 지식인이나 운동가들은 지금도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다"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정말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전역에는 이미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거나 곧 없어질 항일 유적지들이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다.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소재의 '뤼순르야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박물관'과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의 윤동주 시인 생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항일 유적지로 손꼽히나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중국 당국의 홀대로 사라질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주중 한국 대사관을 비롯한 공관의 태도를 보면 중국과 수면 하에서 특별하게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역사를 잊은 정부라는 오명을 쓰고 싶다면 그래도 되겠으나 이로 인한 국격의 추락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프랑스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한국 수준에는 아직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