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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0일 전언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전날(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푸틴 대통령이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할 때 시 주석과의 세밀한 양자 협상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제18차 러시아-중국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하고 있는 왕 위원 겸 부장은 자연스럽게 이 기간 러시아 측과 양 정상의 회담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파트루셰프 서기를 비롯한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현안들을 미리 예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대미 공동전선을 공고히 하는 문제가 우선 논의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양국이 미국의 파상공세로 시달림을 당하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양국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논의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는 군 현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절실히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사실상 당사자로 나서고 있는 미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릴 가능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크라니아와 힘겨운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이 어렵다면서 일찌감치 선을 그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도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수가 없다.
이달 중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은 그저 정보 공유 차원에서 가볍게 거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예상하는 것처럼 북중러 간의 밀접한 관계 구축과 관련한 논의는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 단정은 중국이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진영 대결 구도를 어떻게 보면 미국보다 더 경계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절대 공연한 단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는 만큼 이런 분위기의 대두는 금물이라고 해야 한다. 굳이 스스로 경색 국면을 만들어 회담을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혈맹의 관계에 있다고 해도 좋다. 10월 푸틴의 방중을 통해 이뤄질 양국 정상회담은 이를 분명하게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