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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반도체 불황 속 삼성전자는 왜 美 대학에 투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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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3. 10. 04. 17:49

삼성, 미국 내 반도체 인재 풀 키워
현지 파운드리 사업 강화하기 위해
미국 팹 진출 27년…운영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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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텍사스 A&M과 오스틴캠퍼스 등 미국 주요 공과대학에 총 570만 달러(약 78억원)를 기부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인재 풀을 키워 현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삼성 측은 설명합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지를 미국 딱 한 곳에만 둘 정도로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현재는 텍사스주에 위치한 테일러라는 지역에 역대 해외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인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세계 파운드리 메이저 업체인 TSMC와 인텔이 유럽·일본 등 여러 국가 투자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각국 정부들의 보조금 지원 '러브콜'에도 삼성 관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은 결정된 게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원조 업체로서의 자신감입니다. 삼성의 미국 진출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6년 삼성은 글로벌 기업 최초로 미국 본토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차리고, 일찍이 발을 들였습니다. 당시 투자는 국내 기업의 단일 미국 투자 최대 규모인 13억 달러(약 2조원)가 투입된 어마어마한 시도였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틴시는 공장 인근 도로명을 '삼성로'로 바꾸기도 했죠.

요컨대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쌓아온 팹 운영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찾아 "우리 직원들은 삼성 오스틴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홈경기를 하고 있고 경쟁사(TSMC)는 원정 경기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 반도체 사업 원조로서의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인력 확보 경쟁에서도 삼성전자가 우위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당초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신규 공장에 당장 투입할 인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인력난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경계현 사장 역시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인력에 대한 고심을 보였다고 하고요. 이 때문에 삼성은 당장 채용 외에도 육성 단계에서부터 반도체 인재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미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R&D(연구개발)·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미 메모리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은 파운드리입니다. 대만의 TSMC가 독보적인 업체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업체들의 각축전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도 삼성 나름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수밖에요. 삼성이 여타지역에 투자를 분산하는 것보단 미국 한 곳에만 공을 들이는 것 이유도 세계 파운드리 경쟁자들을 제낄 결정적인 한 방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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