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하며 신계약 빠르게 늘어
해약환급금 준비금 3조원 돌파
배당 여력 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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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환급금 준비금은 해약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곳간에 쌓아두는 자금이다. 영업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보험계약이 급증하면, 보험회사는 신규 고객 해약 리스크에 대비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한다. 이는 배당재원을 줄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배당축소 우려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생명 주가는 이날 2755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지난달 2일(2895원) 대비 5% 가량 하락했다. KRX보험지수가 같은 기간 5.2% 가량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주가 전망도 암울하다. 한화생명 목표 주가(13개 증권사 평균)는 이날 기준 3691원으로, 전월 대비 2.8% 가량 하락했다. 주가 전망은 최근 6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이달 들어 처음으로 하향 전망이 나왔다.
한화생명 주가가 최근 하락하는 이유는 배당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가 올 1분기 3조원을 넘어서면서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확대되면 배당여력이 그 만큼 줄어든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잉여금을 과도하게 배당금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신설됐다.
한화생명이 올해 공격적인 영업 경쟁에 뛰어든 것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하면서 최근 신계약 실적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보험료를 납입하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액은 줄어들지만, 한화생명처럼 신계약이 빠르게 유입되면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한다. 수년간 꾸준히 보험료를 납입한 기존 고객보다, 이제 막 보험에 가입한 신규 고객의 해약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전입액 규모가 순이익을 압도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배당가능이익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보험업계는 경쟁 심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자본에 여유가 없는 회사일수록 더 강하게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은 업계와 테스크포스(TF)를 꾸려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를 축소해 보험회사들의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한화생명이 배당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현재 TF는 법인세 세수 확보를 위해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TF를 통해서 배당 가능 이익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