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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산행기'를 낸 김서정씨. |
백수는 자기점검이 필수...등산이 가장 좋아
“백수 여러분, 산에 오르세요. 그럼 산이 다 알려줍니다.”
‘백수 산행기’(부키 발행)를 쓴 김서정(44)씨는 최근 경기침체로 많은 백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백수 선배로서 산에 오르기를 권한다.
저자는 “원래 완전백수는 없다”면서 “뭔가 하기는 하지만 뚜렷한 게 없고 소득도 천차만별이어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무일푼 백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요즘 항간에 나도는 백수론이 이를 말해준다.
최소 월 100만원은 있어야 백수 대열에 낄 수 있고 100만원 이하는 건달이라고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백수는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볼 줄 아는 것이 필요한 데 사실 그게 어렵다”면서 “등산은 이를 금방 깨닫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저자가 얘기하는 방법은 먼저 내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한데 등산을 하면 자연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몸 상태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되는데 하다못해 공사판이라도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백수가 되면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면서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고 무기력해질 때는 무조건 산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산에 오르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찾게 되는데 그만큼 산은 백수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저자는 2004년 9월 처음 북한산에 오른 이래 약 300번 북한산을 올랐다.
평일 산에 가는 게 큰 부담이 들지 않냐고 묻자 “아줌마 아저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처음엔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두 번 더 오르자 내가 자괴감에 빠졌었구나 하고 금새 깨달았습니다. 그 분들은 백수나 실업자라는 소리를 절대 안 합니다. 괜히 내가 주눅이 든 것이죠” 라고 말했다.
백수 300만시대를 대변하듯 저자는 “불혹의 나이에 어느날 갑자기 백수가 돼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북한산에 우연히 오르게 되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자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수 산행기’는 단순히 산행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 땅의 청년백수와 3040 실직자들에게 전하는 공감과 치유의 글이다.
저자는 회사에서 밀려나고 면접에서 떨어지는 잇따른 실패와 스물살 때보다 20kg이상 불어난 몸으로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되자 북한산을 통해 몸과 마음에 찾아오는 변화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몸무게를 20kg이상 다시 줄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자기 내면 깊숙이 쌓아둔 두려움과 패배의식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한 두 번 갈 때마다 북한산의 마력에 빠져들면서 그때그때 느낀 생각과 겪은 일 등을 차곡차곡 쌓아오다 보니 책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우수꽝스런 초보 산행장면은 한 편의 꽁트고, 산에서 떠올리는 추억은 산길에서 만난 인생길이며, 둔한 몸으로 힘겹게 지나간 등산코스와 산행 노하우는 친절한 산행가이드로 손색없다.
특히 책 속에는 북한산의 역사와 비사, 야사 등이 곁들여져 있다.
“내가 “어디가 길인가요?”라고 물을 때마다 그들은 늘 “가면 길이죠.”라고 대답했는데,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아니 북한산 길을 훤히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 어떤 방향으로 가든 길은 늘 있었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무슨 운명처럼 또 부지런히 산에 몸을 맡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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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통제구간에서 해제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는 숨은벽코스는 밤골에서 산행을 시작해 사기막을 거쳐 숨은벽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리고 이곳 풍광은 숨은 보석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저자 김서정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나 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고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등을 썼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있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2006년부터 ‘북한산 고객만족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