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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는 5월이면 학부모 회의가 많아 명품 소비가 증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 1위 명품 소비국답게 현실에서도 자신들의 보여지는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높여보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품의 시작, 원조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과거 어땠을까? 명품의 시작은 왕족과 귀족들이 파티에서 착용하는 장신구, 여행할 때 사용하는 트렁크, 일상의 멋스러운 드레스나 슈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성공한 상공인들은 왕족, 귀족과는 달리 OOO 3세, OO백작 같은 타고난 신분을 증명하는 이름들이 없었다. 이들은 귀족들이 사용하던 명품을 통해 자신의 신분 상승을 표현할 수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특권을 부여받은 기득권층만이 누리던 명품을 소유한다는 '만족감'은 명품 산업을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신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만족감이 줄어들고 과시를 위한 소비라는 인식이 커져갔다. 최근 다수의 브랜드에서 발견되는 유럽의 매출 감소와 동아시아의 매출 확대는 명품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명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쇼핑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 핸드백은 수납공간이 충분한지, 시계는 시간이 정확하게 맞는지, 옷은 코디하기가 좋은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핸드백 속 립스틱을 찾기 어려워도, 휴대폰보다 시간이 부정확해도, 옷장에 있는 어떤 내 옷과도 어울릴 것 같지 않아도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결국 명품 브랜드들은 사용 시점이 아니라 구매 시점에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원조상품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신분 상승을 증명한다는 이유로 고객들에게 상품이 아니라 만족감을 파는 브랜드가 바로 명품이다.
따라서 명품공급자는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기 보다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납공간·시간의 정확성·실용적인 코디 보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디자이너의 창의성, 상품의 희소성을 마케팅하는 것에 집중한다.
숄더백을 통해 현대 여성의 두 손에 자유를 주었다고 평가받는 최초의 신여성 '가브리엘 샤넬'의 헤리티지를 지키기 위해 남성 상품을 절대로 출시하지 않는 샤넬, 구찌의 디자이너는 극한 직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창의적인 디자인 변화를 지속하는 구찌, 수공으로만 가능한 '새들 스티치'를 고수하며, '벌킨백'과 '캘리백'의 희소성을 유지하는 에르메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그들의 노력은 사실 고객에게 만족감을 제공해, 더 많은 상품을 팔려는 마케팅 활동이다.
명품소비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현상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다면, 어떤 산업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