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대신 그림, 이미지, 숫자, 픽토그램 등으로 쉽게 소통
발달장애인은 물론 외국인, 다문화가정, 노인 등 일상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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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카페에서 말을 잘 못하는 장애인이 음료를 주문한다. 종업원과 3~4차례 손짓·몸짓이 오간 뒤 겨우 원하는 음료를 주문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음료)차가운 것? 아니면 따뜻한 것? 드시고 가나요. 아니면 가지고 가나요(Take Out).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현금인가요. 카드결제 하나요… 한참만에 손님과 종업원은 '합의'를 봤다.
이어지는 화면. 이 카페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콘텐츠(일종의 그림 메뉴판)를 갖추고 있었다. 손님이 이걸보고 손가락으로 몇 번을 가르키자 종업원이 금방 이해를 한 뒤, 카드결제 후 자몽에이드를 내왔다. 그리고 장애인과 인터뷰하며 AAC의 장점과 단점, AAC가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 보는 장면이 나온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위해 글과 말로는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림이나 이미지, 숫자, 픽토그램(그림문자), 디자인 등으로 바꿔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AAC가 수어와 점자블록을 보완하는 장애인과 비 장애인의 새로운 대화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AAC는 뇌병변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다문화가정, 어린 아이, 노인 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쓰임새도 카페, 음식점, 편의점 등 일상생활은 물론 동주민센터나 보건소, 병원 그리고 지하철 등 교통수단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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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장애인친화도시팀은 지난해 △성민복지관과 AAC 사례 공유 △무장애 의사소통 존(공릉1동 공릉1단지) 지정△장애인, 복지관, 공무원 교육 및 AAC 콘텐츠 배포 △장애인친화미용실 2곳, 구청 카페에 AAC 콘텐츠를 배포했다. 올해는 무장애 의사소통 존을 장애인 체험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상점, 장애인단체 등과 연계하고 참여 단체 발굴 및 AAC 홍보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22년 부터 AAC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힘써 온 성민복지관 차현미 관장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장애인은 물론 일상생활에 주변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AAC 콘텐츠 개발이 활발해져 우리 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소통이 잘되는 사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포와 노원구는 물론 서울시내 모든 자치구들이 AAC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 이러한 문화가 확산되려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원구가 AAC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성민복지관이 건의하면서 오승록 구청장이 공약사항으로 채택했고, 이에 따라 구는 AAC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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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구청장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장애인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