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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치유농업… 조현병·우울증 치료 효과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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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4. 16. 17:54

농진청, 긍정심리 모형 등 2종 개발
식물 재배·관리… 성취감·행복감↑
실증 결과 정신병리 증상 23% 호전
"의료기관서 실용화… 혜택 늘릴 것"
농촌진흥청이 약물 중심의 정신질환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심리 지원 기술로 '치유농업' 프로그램 2종을 개발했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활동을 말한다. 식물이나 가축을 키우면서 돌봄과 성취를 통해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고, 산림과 농촌문화자원 등을 활용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고한다.

김 원장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은 평생 1회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신질환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지역 사회에 기반한 비약물적 치료 수단으로 치유농업 활용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농진청이 개발한 프로그램 2종은 조현병 환자와 우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

조현병은 현실 판단 능력이 왜곡돼 환각·망상·비논리적 사고 등이 발생한다. 우울 고위험군은 지속적인 우울감·무기력·불면 등 주요 증상이 나타나지만 공식 진단을 받지 않은 집단으로 우울증 발전 가능성 높다.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긍정심리모형(모델) 프로그램'의 경우 식물 재배·관리 과정에서 몰입과 행복감 등 정서를 회복하고,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구성됐다. 전북 김제시에 위치한 신세계병원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조현병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병행군을 운영한 결과 기존 약물치료 집단과 비교했을 때 무의욕·사회적 위축 등 음성증상이 10% 감소했다. 우울·불안·집중력 저하 등 일반정신병리 증상도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적용 전·후 효과를 보면 심장 안정도는 12%, 자율신경활성도는 13% 각각 향상됐다.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은 각 13%, 일반정신병리 증상은 12% 줄었다.

우울 고위험군을 위한 '인지행동전략 프로그램'은 파종·수확·수확 후 활용 등 식물생애주기를 사용자 삶에 연계해 왜곡된 사고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전북 완주군 소재 마음사랑병원에 입원한 33명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병행군과 기존 치료군을 운영한 결과 병행 집단은 우울감이 30% 감소했다. 심한 우울단계에서 중한 단계로 우울감이 1단계 개선됐고, 대인관계 요인이 48% 줄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건학 마음사랑병원장은 "환자들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병원 환경 안에서 의료 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유농업을 경험하게 해 접근성과 안전성을 높였다"며 "정신건강 분야의 비약물 치료에 관심이 커진 만큼 의료 현장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실증은 '의료수가'를 청구해 현장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청구 수가는 '작업과 오락요법', '지지 표현적 집단정신치료' 등 항목이다.

치유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지원이다. 김 원장은 "약물은 근본적 치료보다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감정 표현, 성취 경험, 자기 돌봄 등을 가능하게 해 근본적 심리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진청은 이달 전북 내 정신건강 증진기관 9곳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 또 전국 4개 권역, 정신건강 증진기관 10곳과 8개 치유농업시설이 연계된 맞춤형 현장 실용화 사업도 추진한다.

연계 상호협력모형을 전체 정신의료기관으로 확산하면 2028년 약 23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농진청은 보고 있다.

김 원장은 "치유농업 전문인력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내 운영 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치유농업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비약물 기술로 산업화·제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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