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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크메르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해 2일간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훈 마넷 총리,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 등 캄보디아 지도자들과 회동하며 양국 협력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최대 투자처 중 하나다. 수도 외곽에 건설 중인 신공항을 포함, 중국은 도로·항만 등 핵심 인프라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온 협력국이자 최대 채권국이다. 메아스 속섹산 캄보디아 재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 방문 전날 푸난데코 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의 재정 지원 여부를 묻는 로이터통신에 "인프라 개발을 포함해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푸난데코 운하는 프놈펜 인근 메콩강에서 시작해 태국만까지 이어지는 180km 규모로, 캄보디아가 추진 중인 최대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물류 주권을 강화하고, 베트남 항만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해당 사업에 대한 공식적 재정 약속을 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정부도 기존에 밝혔던 '100% 중국 부담' 입장에서 최근 '49% 부담'으로 입장을 수정한 상태다. 총 사업비는 약 17억 달러(2조 4102억 6000만원)로, 캄보디아 연간 GDP의 약 4%에 해당한다.
시 주석은 이날 캄보디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과거 중국이 지원한 인프라 사례를 열거하며 양국 협력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새로 추진될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인프라 투자 외에도 미·중 경제 갈등과 관련한 메시지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된 캄보디아에 동남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인 49%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훈마넷 총리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연기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보낸 상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이어 캄보디아에서도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 주석은 캄보디아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패권주의·강권정치·진영 대결에 반대하고 양국과 기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을 지켜야 한다"며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며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